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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항공로 트래픽 잼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이 아니라 불과 30년 전만 해도 아무나 비행기를 탈 수 없었다. 1983년 여권 발급제한이 풀리기는 했지만 해외여행을 떠나려면 통장에 200만원이 1년 동안 예금돼 있어야 했다. 당시 돈 200만원은 대학교 1년 치 등록금. 외화 낭비를 막겠다는 취지였다. 봄·가을철 제주행 비행기를 타면 온통 신혼부부 일색이었던 것도 그래서다. 제주에는 늘 정장을 차려입은 신랑과 연분홍색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신부로 넘쳐 났다.

그랬던 해외여행의 빗장이 풀린 것은 1989년 1월1일.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치른 뒤다. 은행에 돈이 없어도 빚을 내 여행을 할 수 있게 된 일종의 ‘여행독립일’인 셈이다. 다만 하루 동안은 반드시 반공교육(1992년 폐지)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이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때부터 해외여행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항공여객 수는 1억391만명. 1948년 민간항공기가 최초로 취항한 후 68년 만에 처음으로 1억명을 넘어섰다. 1987년 1,000만명을 넘긴 후 5,000만명을 태우기까지 무려 20년(2007년 5,732만명)이 소요됐는데 1억명을 넘기기까지는 불과 9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노선별로도 지난해 국제선 여객 7,300만명, 국내선 여객 3,091만명으로 국제선 여객이 국내선을 압도한다.



이렇게 많은 인원이 비행기를 타다 보니 이제는 하늘길마저 막히는 시대가 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73만대가 넘는 항공기가 운항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가장 붐볐던 시간대는 오전10시로 시간당 평균 147대가 운항했다고 31일 밝혔다. 차량의 월요일 출근 시간, 평일 퇴근 시간처럼 항공로의 교통체증(트래픽 잼) 시간대인 셈이다. 공항별로 가장 붐빈 시간대는 인천공항 오후3시, 제주공항 오후7시, 나머지 13개 공항은 오전이었다. 이를 해소하려면 하늘길도 고속도로처럼 확장해야 한다니 격세지감이 느껴질 뿐이다. /이용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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