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당뇨망막증 신약을 세계 시장에 기술 수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올해 유럽에서 임상 2a상 결과가 나오면 글로벌 제약사들과 협상이 본격화될 것입니다.”
바이오의약업체 아이진의 유원일(사진) 대표는 31일 경기도 일산에 있는 연구소에서 만나 “2017년은 회사에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새해 포부를 밝혔다.
아이진(Eyegene)은 회사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눈 관련 질환 치료제에 주력하고 있는 바이오회사다. 특히 당뇨망막증 치료제는 아이진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신약 후보이자 바이오업계와 투자자들로부터도 큰 기대를 받는 파이프라인이다.
유 대표는 “당뇨망막증은 세계적으로 환자가 1억명에 이르지만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블루오션’ 시장”이라며 “아이진이 개발하고 있는 신약은 당뇨망막증에 강력한 효능과 편의성을 지녔다”고 말했다. 실제 황반변성 치료제이자 블록버스터 의약품인 ‘아일리아’ ‘루센티스’ 등이 당뇨망막증 치료제로도 쓰이는데 이상(異常) 혈관의 ‘신생’을 막는 정도라서 치료에 한계가 있다. 반면 아이진이 개발 중인 ‘EG-Mirotin’은 이상 혈관을 정상 상태로 되돌려주는 기전이어서 보다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눈에 직접 투여해야 하는 기존 약과 달리 피하 주사로 투약할 수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아이진은 세계 시장을 타깃으로 EG-Mirotin의 임상 시험을 유럽에서 진행하고 있다. 다만 임상 진행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는 점이 걸림돌이다.
유 대표는 “아스피린 등 다른 당뇨 약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를 우리 약의 임상 환자로 모집할 수 없다는 점 등 때문에 임상이 늦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아스피린과 EG-Mirotin을 같이 복용해도 문제가 없다는 점을 상당 부분 입증했고 임상 실시 기관 숫자도 늘려가고 있어 환자 모집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며 “올 하반기에는 2a상 종료 보고서를 내놓고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기술 수출을 본격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올해엔 새로운 임상 파이프라인도 추가할 계획이다. 심근허혈 치료제가 그것이다. 급성 심근경색 환자가 스텐트 시술 전후에 입게 되는 심장 주변 모세혈관의 손상을 치료하는 바이오 신약이다. 유 대표는 “심장질환과 스텐트 시술 시장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신약 상용화 시 큰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며 “올 상반기 안에 식약처로부터 임상 1상 승인 받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밖에 제3세계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은 임상 2상, 대상포진과 녹농균 백신은 내년에 임상 1상에 진입할 계획이다.
아이진은 아직 상용화된 제품이 없어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최근 인력·시설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지난 2016년 11월 기존 120평 규모의 연구소를 400평 규모로 확장 이전했고 현재 직원의 절반 정도인 30명 가까이를 지난해 뽑았다. ‘건강기능식품·화장품의 기능성 원료 개발’이라는 새로운 사업 영역에도 뛰어들었다. 유 대표는 “모든 바이오벤처가 그렇듯 재정 상태가 여유 있지 않지만 지금이 신약 개발 속도에 고삐를 죄어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했다”며 “고령화 시대에 노후 삶의 질을 높여주는 치료제를 집중 개발해 세계적 수준의 바이오회사로 성장하겠다”고 강조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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