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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불출마] "떠밀려 나온 정치 아마추어의 한계"...潘 짧은 대권도전 마침표

■ 왜 불출마 결정했나

제3지대 연대·개헌협의체 등 내놨지만 지지율 반등 실패

준비 안된채 뛰어들었다 현실정치의 벽 넘지 못하고 좌초

潘 "유엔 사무총장 명예에 상처...결국 국민에 큰 누 끼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월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공항철도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해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갑작스러운 불출마 선언은 최근 지지율 하락세와 이를 반등시킬 모멘텀을 찾는 데 실패한 게 직접적인 원인으로 분석된다. 귀국 직후 행보를 놓고 각종 구설과 언론과의 불화 등을 겪으며 부정적인 이미지가 무방비 상태로 노출됐고 유력 대선 주자가 희화화되는 상황에까지 이르면서 도저히 지지율 반등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귀국과 함께 23만달러 수수설과 신천지 연루설 등의 의혹이 불거지면서 20%대 지지율이 10%대로 급락했고 한 번 떨어진 지지율은 쉽게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대권에 미련을 갖기보다 지난 10년간의 유엔 사무총장의 명예를 지키자는 현실론을 선택한 것이다. 1일 반 전 총장은 국회 정론관에서 불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순수한 애국심으로 귀국 이후 정치 투신을 심각히 고려해왔지만 인격살해, 가짜 뉴스로 되돌아왔다”며 “저 개인과 가족, 그리고 제가 10년을 봉직했던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명예에 큰 상처를 남겨 결국 국민들께 큰 누를 끼쳤다”고 불출마 배경의 일단을 보였다.

최근에는 반(反)문재인 연대 성격의 개헌협의체 구성이라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개헌을 정략적 도구로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제3지대를 통해 범보수 진영을 통합하려는 거창한 목표를 내걸었지만 바른정당이나 국민의당 세력은 물론 제3지대 인사들도 끌어들이는 데 실패해 고립을 자초했다는 평가다. 비정치인인 외교관 출신의 반 전 총장이 현실 정치에 익숙하지 않고 ‘정치적 맷집’이 약했던 것도 도중 하차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반 전 총장은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한 이기주의적 태도에 실망했다”고 말한 것도 비정치인으로서 정치권을 바라보는 불신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성태 바른정당 의원은 “반 전 총장은 무조건 깎아내리고 보자는 식의 정치풍토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며 “우리 정치가 인물을 키워내지는 못할망정 반 전 총장 같은 큰 인물조차 지켜내지 못하는 각박한 풍토에 물들고 있다”며 자성을 촉구했다.

호남을 지지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가 반 전 총장과 일찌감치 각을 세운 것도 반 전 총장의 지지율 부상에 장애가 됐다. 반 전 총장의 귀국 행보에 대해 박 대표는 “철학이 맞지 않아 (연대를 위한) 셔터를 내렸다”고 말했고 안 전 대표는 “반 전 총장은 ‘정권교체’ 아닌 ‘정권연장’”이라며 맹공했다. 제3지대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에서 반 전 총장이 안 전 대표에 완패한 셈이다.



반기문(왼쪽)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바른정당 당사를 방문, 정병국(오른쪽)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와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홍길 기자


결국 각종 행보에 따른 구설과 제3지대 빅텐트론, 개헌연대 모멘텀 등 어느 것 하나 지지율을 반등시킬 불씨를 확실하게 살리지 못하며 하락세가 굳어지는 상황에서 반 전 총장은 ‘승산이 없다’고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은 불출마 결심을 한 시기에 대해 “오늘(1일) 오전”이라고 말했지만 캠프 내부에서는 전날 오후에 이미 결심을 굳혔다는 얘기가 나온다.

반 전 총장이 조기 귀국하면서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인으로서 제대로 된 대선 출마 준비 없이 무작정 정치판에 뛰어들었다가 스스로 좌초했다는 지적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반 전 총장이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이 조기에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예정보다 서둘러 귀국한 측면이 있다”며 “서둘러 귀국하다 보니 캠프 구성은 물론 정당 입당 등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도 없어 좌충우돌하면서 10%포인트 가까운 지지율을 까먹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대권 도전이라는 거대한 현실정치의 벽을 넘어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명망만 믿고 준비를 덜 한 채 무작정 정치판에 뛰어들었다가 스스로 좌초하게 됐다는 것이다.

/김홍길기자 what@sedaily.com

반기문(왼쪽)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바른정당 당사를 방문, 정병국(오른쪽)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와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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