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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쓰리고' 시대, 무엇을 할 것인가

박태준 건설부동산부장

아마존고·알파고·포켓몬고 '3고'

혁신적인 기술에 전세계가 열광

ICT 강국이라 자부하는 대한민국

규제에 발목잡혀 성장타이밍 놓쳐





#1. 지난해 말 미국 시애틀에서 문을 연 식료품점. 고객이 들어오면서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을 띄워 매장 입구의 바코드 바에 터치를 해 본인 인증을 한다. 이제는 쇼핑 시작. 우유 한 팩과 컵케이크, 냉동식품 몇 가지와 맥주를 가방에 넣는다. 그리고는 매장 밖으로 유유히 사라진다. 신용카드를 꺼내 결제를 하지도, 결제를 위해 줄을 서지도 않는다. 물건을 가방에 넣는 순간 이미 계산은 끝났다. 미국의 아마존이 선보인 오프라인 마켓 아마존고에서 벌어지는 모습이다. 별도의 결제 과정이 필요 없는 무인 마켓에는 컴퓨터 시각화, 인식 센서의 융합, 딥 러닝 등의 첨단기술이 숨어 있다.

#2. 우리가 인공지능(AI)의 핵심기술인 딥 러닝에 익숙한 까닭은 구글의 알파고 덕분이다. 지난해 3월 세계를 주목시킨 이세돌 9단과의 승부 후 알파고는 인간이 1만년간 필요한 수련을 10개월 동안 끝냈다. 그리고는 최근 바둑 웹사이트에 ‘마스터’라는 이름으로 홀연히 나타나 정상급 고수 60명을 차례로 무너트렸다. 그중에는 국내 1위 박정환과 세계 1위 커제도 포함돼 있었다.

#3. 증강현실(AR)을 기반으로 한 게임 포켓몬고는 출시 7개월 만에 글로벌 매출 10억달러를 달성했다. 이 추정치를 공개한 미국 시장조사기관 센서타워는 모바일게임 사상 가장 빨리 10억달러 고지를 밟은 게임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에 국내에서도 출시된 이 게임을 열흘도 안돼 1,000만명이 다운로드했다. 게임 특성상 휴대폰 배터리 소모가 많아 보조배터리 판매가 늘었다. 편의점에서는 충전 서비스와 패키지 상품을 내놓고 있다. 희귀한 몬스터가 나온다는 식당이나 관광지가 새로운 지역 명소로 떠오른다. 이른바 ‘포케코노미’다.

4차 산업혁명의 상징처럼 떠오른 아마존고와 알파고, 그리고 포켓몬고까지. 혹자들은 이 세 가지 혁신적 아이템과 기술을 일컬으며 ‘쓰리고’ 시대가 열렸다고 말한다.

내로라하는 정보통신기술(ICT) 강국 대한민국은 이 ‘쓰리고’ 시대에 걸맞은 행보를 하고 있을까. 기술의 혁신은 문제없어 보인다. 다만 여전히 아날로그 시대에 머물러 있는 인식과 규제장벽이 문제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이 세계 각국의 ICT 발전도와 경쟁력을 평가한 네트워크준비지수를 보면 우리나라는 5.6점으로 13위를 차지했다. 특히 인프라(5위)와 사회적 영향력(4위) 등은 높은 수준이었지만 정치 규제 환경은 34위로 하위권으로 조사됐다.



실제 그렇다. 본인 인증부터 여·수신 등 모든 업무가 모바일 채널을 통한 비대면으로 처리 가능한 인터넷전문은행이 당장 이달 중 출범할 예정이지만 야당은 가장 중요한 은행법 개정이나 특례법 제정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 은산분리 완화가 은행의 사금고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등 여전히 과거의 프레임에 갇혀 있는 모습이다.

유통업계는 고객 빅데이터를 분석해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1년 동안 방문하지 않은 고객 데이터는 폐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AI 개발 지원을 위한 국가정보화기본법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고 25㎏이 넘는 드론은 교통안전공단의 인증을 받기 전까지는 국내에서 날지 못한다.

규제에 발목 잡힌 산업은 성장의 기회와 타이밍을 놓친다. 중국의 개인 간(P2P·Peer to Peer) 대출 잔액은 지난해 1조2,100위안(약 202조원)을 넘어섰다. 몇몇 업체는 미국 증시에 상장하거나 추진 중일 정도로 규모와 경쟁력을 갖췄다. 미래산업의 성장을 우선한 정책 덕분이다.

정보기술(IT) 공룡 기업 아마존은 아마존고를 올해 미국 전역으로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수년 후 국내에 아마존고와 같은 무인 마켓이 문을 열려고 할 때 관계 당국이 보안과 소비자 민원 등등의 이유를 대며 불허하지 않을까. 제발 이런 씁쓸한 예감은 틀렸으면 좋겠다.

ju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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