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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절된 산업바통] 말로만 AI·로봇, 법안은 뒷전...'립서비스 정책'뿐인 대선주자들

<1>한국만 뒷걸음치는 4차 산업혁명 -공약과 따로노는 입법

서비스발전·규제 프리존법 처리 발목 잡더니

이제와서 저마다 '4차 산업혁명 선봉장' 자처

구체적 규제완화 법안 내놔 산업 숨통 틔워야





대선주자들이 하나같이 4차 산업혁명의 ‘선봉장’을 자임하며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관련 법안들은 국회에서 낮잠을 자는 어처구니없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일본·중국·독일 등 글로벌 경제주체들은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와 의회가 일심동체로 움직이고 있는데 우리는 국회에서부터 관련 법안들이 숨을 쉬지 못하고 있다. 상대방 정당의 4차 산업혁명 정책은 실익이 없다며 서로 삿대질을 하며 법안 처리를 미루고 있다.

대선 주자들이 ‘4차 산업혁명’을 놓고 밥그릇 다툼을 벌이고 있다. 저마다 자기가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주역이라고 자처하며 대통령만 되면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를 확 뒤집어엎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다. 안랩 창업주로 ‘혁신’을 기치로 내걸고 있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4차 산업혁명의 칼을 가장 먼저 꺼내 들었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부쩍 4차 산업혁명을 키워드로 내걸며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약속하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유승민 의원, 김부겸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등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전도사가 되겠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이들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외침이 거대 담론만 제시하고 구체적 실천 방안이나 이를 뒷받침할 법안은 없는 립서비스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문 전 대표는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신설하고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확대 신설해 과학기술정책 총괄 국가 컨트롤타워를 재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일자리위원회에 이은 대통령 직속 위원회 신설 공약인데 그동안 정권마다 무수한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생기고 없어지는 동안 과연 어떤 성과를 냈는지 의문이다. 아울러 문 전 대표는 “5년 동안 1만명의 초중등 소프트웨어 교사 인력을 양성하겠다”고도 밝혔는데 줄어드는 인구 구조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문재인(위)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이달 초 제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토론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대선주자들이 4차 산업혁명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관련 법안들은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


문 전 대표가 혁명적인 변화를 주장했지만 일부에서는 “지금까지 뭐하다가 대선을 앞두고 4차 산업혁명의 전도사인 척하느냐”고 비판한다.

지금까지 정치권이나 대선주자들이 보여준 행태를 보면 과연 이들이 4차 산업혁명에 나설 생각은 있는지가 의문이기 때문이다. 자신들 스스로가 새로운 산업의 출현을 도모하기는커녕 발목을 잡아왔으면서 이제 와서 4차 산업혁명 운운하는 것은 선거를 앞둔 득표 전략으로 치부될 뿐이다.



무엇보다 야권이 19대 국회 때 보여준 행태를 보면 더욱 그렇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다. 신산업의 출현을 위해 정부는 출범 직후 이 법안의 통과를 위해 사활을 걸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공개 석상에 설 기회가 있을 때면 정치권을 향해 법안 통과를 요청했지만 야당은 극구 반대했다. 의료 산업화, 의료 영리화의 길을 열어준다는 이유에서다. 야권의 발목잡기로 21세기 새로운 먹거리로 원격의료산업을 준비해온 전자·통신·헬스케어 분야의 기업들은 대부분 손발이 묶인 상태다.

스마트폰 앱으로 승객과 차량을 연결해주는 공유경제 서비스인 우버(Uber)도 규제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유독 기능을 못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강력한 규제 방침을 밝히면서 불법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우버 경영진은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며 규제 개선을 요구했으나 서울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정부가 규제 프리존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규제 프리존 법안(지역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은 19대 국회에서 빛을 보지 못한 채 폐지됐다. 최근 눈길을 끄는 것은 야당인 국민의당에서 김관영 원내 수석부대표가 이 법안의 통과를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야당은 그동안 ‘재벌 특혜’라며 법안 통과를 막았으나 김 수석부대표는 이를 “경제 활성화를 위한 민생법안”이라며 여야를 막론하고 통과시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이념이나 정파를 넘어 낡은 규제를 해소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이 진정 4차 산업혁명을 외치기 전에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당장 이달 열리는 임시국회에서도 충분히 논의해볼 수 있다. 국회는 법안을 통과시켜 꽉 막힌 산업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스위스 투자은행인 UBS가 내놓은 국가별 4차 산업혁명 대응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25위에 그쳤다. 싱가포르(2위), 일본(12위), 대만(16위) 등 아시아 국가에도 밀렸는데 정치권의 주도로 사회 전반의 체질이 변화한다면 4차 산업혁명의 시기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김광수기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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