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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들 서울역 회의실 '쟁탈전'... "예약을 할 수가 없어요"

지방이전 공무원들 서울역 회의실 이용률 폭증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대관료 내고 주변 호텔 세미나룸 이용

스마트워크시스템의 조기 정착이 문제 해결책





# 대구로 이전한 준정부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김현지(27·가명)씨는 최근 고민거리 하나가 생겼다. 서울에 위치한 상위 부처 관계자들과 미팅을 잡아야 하는데, 장소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 서울역에서 상위 부처가 있는 곳까지는 차로 20~30분 거리지만 회의 후 지방으로 곧바로 돌아가야 하는 탓에 서울역 인근 회의실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빠듯한 예산 때문에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서울역 내부 회의실을 이용해야 하지만 2~3주 전 미리 예약하지 못할 경우 대관이 불가능해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이 비싼 외부 업체 회의실을 대관하기로 했다.

# 부산 소재 공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이지성(32·가명)씨는 최근 단 30분이면 마칠 미팅 장소를 잡기 위해 서울역 근처 호텔 세미나룸을 예약했다. 미팅 일정이 급박하게 잡힌 탓에 서울역 근처 회의실 예약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보통 2시간 당 20만원이 넘는 돈을 지불해야만 하는 호텔에서 회의를 하기가 싫었지만 당장 프로젝트를 마감해야 하는 입장에서 미팅은 불가피했기 때문에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

지방으로 이전해 서울로 출장 오는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들이 중앙 기관과의 협업 장소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에 빠져 있다. 서울역 내부에 코레일(7곳), 공항철도(6곳), 프리미엄 라운지(4곳) 등 총 17곳의 회의실을 운영하고 있고, 행정자치부가 운영하고 있는 ‘서울역 스마트워크센터’도 코레일 서울지사 건물 8층에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수요에 비해 적은 공간 때문에 이용객들은 ‘예약 난’에 허덕이고 있다. 지방 이전 공공기관의 경우 중요한 결정이 필요한 사안은 서울 등 수도권에 있는 상위 기관과의 회의를 통해 정하는데, 중앙 기관 회의실과의 거리가 떨어져 있는 탓에 지방으로의 복귀가 비교적 간편한 서울역 인근에서 협업 장소를 구하려는 직원들이 많기 때문이다.

서울역 내부의 회의실 모습./사진 = 코레일, 공항철도


실제로 지방으로의 기관 이전이 본격화되던 지난 2013년 10월에 서울역 코레일 서울지사 건물 8층에 문을 연 ‘서울역 스마트워크센터’의 지난해 일일 평균 이용률은 472%, 이용률이 많은 날의 경우 1,200%에 이를 정도로 이용 수요가 많은 상황이다. 행정자치부도 이런 폭발적인 수요를 감안해 이곳에 중형 회의실(8인, 12인용) 2실을 추가로 설치하는 등 원활한 협업 체제를 갖추려 노력하고 있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일부 부처의 경우 서울역 주변의 사무실을 임대해 협업 공간으로 제공하고 있지만 대부분 지방 정부 부처 및 공공기관들은 이런 시스템을 갖지 못해 서울역 주변의 공공 오피스 업체와 호텔 회의실을 빌려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서울역 내부 회의실을 제외하고는 시간당 임대료가 높은 수준으로 책정돼 있고, 부대시설 이용과 대여료 또한 비싸 공공기관 직원들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이용하고 있다는데 있다. 서울역 주변 A컨벤션에서 대여하는 소회의실(12인용)의 경우 15만원(2시간 기준) 선으로 비슷한 규모의 서울역 내부 회의실의 7만원(2시간 기준) 선의 두 배가 넘는다. 서울역 주변 호텔 회의실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서울역에서 도보로 2분 거리에 있는 B호텔 회의실은 서울역 내부 회의실 가격의 3배가 넘는 22만원(2시간 기준) 선의 가격대가 책정돼 있지만 회의실을 구하지 못한 지방이전 기관 직원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화상 회의 등 스마트워크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서울 상경을 야기해 회의 공간 부족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국회 예산정책처가 공공기관 지방이전사업을 평가한 결과 전체 107곳 중 41.1%인 44개 기관만이 원격화상회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용 추이로 봤을 때, 지난 2013년 0.2회에서 2014년 0.5회, 2015 5.7회로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기는 하지만 예탁결제원(223회), 한국전력공사(80회), 한국소비자원(46회), 국민연금공단(12회) 등 4개 기관을 제외하면 기관당 월평균 사용횟수가 1회 미만으로 스마트워크시스템의 부재가 공공기관 직원들의 ‘상경 회의 러시’를 만들어 내는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4차 산업 혁명이 본격화 된 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 대면 회의를 통해 의사 결정을 하고 있는 방식은 대단히 비효율적”이라며 “스마트워크시스템을 위한 장비 투자 등 비효율성을 줄이기 위한 좀 더 적극적인 정책과 제도가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호기자 phill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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