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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개정안 이대로 좋은가] '경영권 방어장치'는 손놓고...해외보다 더 센 규제 들이대는 국회

<4·끝> 글로벌 트렌드 역주행

선진국들 차등의결권·황금주 등

자국 기업 보호 위해 속속 도입

한국은 반기업정서에 '나몰라라'

전자투표도 홍콩 등만 의무 실시

수십년전 규제 뒤늦게 따라하는셈

지난 15일 한국경제연구원이 ‘상법 개정안의 쟁점과 문제점’을 주제로 개최한 긴급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해외보다 규제가 더 많은 상법 개정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연합뉴스




# “차등의결권은 경영진이 장기적이고 혁신적인 전략을 추진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래리 페이지 등 구글 창업진이 기업 공개(IPO) 당시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 담긴 내용 중 일부다. 차등의결권이란 경영진 등에게 많은 의결권을 부여해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로부터 기업을 보호하도록 한 장치로 이 제도 도입에 협조해달라고 호소한 것이다. 구글은 이 같은 노력으로 주주들을 설득했고 결국 차등의결권을 도입했다. 구글 경영진은 21.5%의 지분으로 73.3%의 의결권을 확보해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지키고 있다.

#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경영기획·전략을 전담하는 간부 A씨는 지난해 말 무렵 상부로부터 떨어진 숙제를 푸느라 사내 법무팀, 외부 자문사와 함께 애를 먹고 있다. 기업 지배구조와 운영체제를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는 독소조항들로 범벅된 상법개정안들 때문이다.

그는 “해외에 비슷한 선례라도 있으면 참고해볼 만한데 이번 상법 개정안의 주요 제도들은 선진국에서도 도입 사례가 거의 없거나 있더라도 우리와 너무 상황이 달라 시뮬레이션조차 힘들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기업들이 ‘상법 개정안 공포’에 휩싸여 있다. 외국 기업들은 경영권 성벽을 공고히 쌓고 있는데 우리 기업들은 정치권 포퓰리즘으로 경영권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

◇해외보다 더한 규제 들이대는 국회=미국·영국·일본·스위스·중국·덴마크 등이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09년부터 입법을 통해 제도적 근거는 마련했다. 하지만 이들 국가는 대부분 전자투표제를 도입했어도 실시 여부는 각 기업이 자율적으로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이번 상법 개정안처럼 전자투표제를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하는 국가는 홍콩 같은 극히 일부의 사례라는 게 학계의 전언이다.



김병태 영산대 법과 교수는 “주주들의 주주총회 참석을 독려하는 의도는 좋지만 기업에 따라서는 전자투표를 실시하기에 기술적으로, 구조적으로 어려운 곳들도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해당 시스템 도입을 의무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기업이 자율적으로 도입을 결정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도를 도입했으나 우리와 경제적·정치적 배경이 다른 사례도 적지 않다. 집중투표제의 경우 실시를 의무화한 나라는 러시아·멕시코·칠레 등 3개국뿐이다. 러시아의 경우 경제체제 변동으로 기업 지배구조가 기형화됨에 따라 이를 바로잡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선택한 경우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일본도 1950년대 의무화를 하기는 했다. 그러나 주주 간 파벌을 심화시키고 경영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불만이 속출하자 1974년 제도를 완화해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도입 여부를 판단하도록 전환했다. 이미 이웃 경쟁국이 40여년 전에 완화한 규제를 우리 국회는 뒤늦게 도입하겠다고 나서는 모양새가 됐다.

◇해외 기업들은 황금주·차등의결권 통해 경영권 방어=유럽 주요 국가의 44%는 차등의결권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유럽 주요 16개 국가를 조사한 결과다. 영국과 프랑스·네덜란드·핀란드·스웨덴·헝가리·폴란드 등이 차등의결권 제도를 시행 중인데 스웨덴의 경우 기업의 80%, 프랑스는 55%가 이 제도를 도입, 운영하고 있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실장은 “이탈리아와 루마니아도 최근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하고 나서는 등 유럽은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이 더 확산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1994년 차등의결권 제도를 일찌감치 도입한 미국에서도 제도 도입이 늘고 있다. 2005년에는 신규 상장기업의 1%만 차등의결권 주식을 발행했는데 2015년에는 이 비율이 15%로 급증했다.

선진국에서 활용하는 경영권 보호장치는 차등의결권뿐이 아니다. 1주만 있어도 적대적 M&A 등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황금주’, 적대적 M&A 시도 때 기존 주주에게 싼 가격에 신주를 매입할 권리를 주는 ‘포이즌필’ 제도 등도 도입돼 있다. 이재혁 한국상장사협의회 정책팀장은 “세계 경제에서 금융자본의 이동이 자유로워지고 투기자본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가운데 자국 기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한 경영권 보호장치 도입은 필수로 여겨지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반재벌정서 등에 휩쓸려 유독 경영권 보호 제도 도입에 손을 놓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민병권기자 세종=서민준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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