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끝내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제출한 기한 연장을 거부했다. 지난해 12월 1일 박근혜 대통령의 서명으로 특검팀이 꾸려진 뒤 90일 만이다. 특검팀은 황 대행의 기한 연장 거부 발표 후 성명을 통해 “아쉽지만 황 대행의 결정을 존중한다. 마지막까지 수사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박영수 특검팀이 출범하고 90일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크고 작은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수사 막바지에는 특검팀을 향한 테러의 위협이 가해지기도 했다.
■ 지명 그리고 의심… ‘초강수’로 넘겨내다
지난해 12월 1일 박 대통령은 박영수 변호사(국민의당 추천)와 조승식 변호사(더불어민주당 추천) 가운데 박 변호사를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에 임명했다. 박 대통령이 ‘조폭 잡는 검사’로 유명한 조 변호사 대신 박 변호사를 특검에 임명했을 때만 해도 일부 우려의 시각도 있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역임한 경력에도 우병우·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들과의 친분이 수사 의지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박 특검은 자신을 향한 우려와 불신을 윤석열이라는 초강수로 맞받아쳤다. 특검팀 수사팀장에 임명된 윤 검사는 수원지방검찰청 여주지청장으로 근무 중 국가정보원 여론 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 활동하면서 검찰 수뇌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가정보원 압수수색을 단행하고 직원을 체포해 국민들에게 강인한 인상을 남겼던 인물이었다. 불의에 저항하는 모습으로 국민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던 윤 검사 임명으로 박 특검은 초반 자신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둬낼 수 있었다.
■ 제1의 표적, 삼성에 ‘올인’한 특검
특검팀의 제1의 타깃은 ‘삼성그룹의 뇌물 의혹’이었다. 지난해 12월 21일 현판식 후 시작된 본 수사의 스타트도 역시 삼성 수사였다. 국민연금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찬성 압력을 넣은 혐의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소환해 단 3일 만에 구속했다. 이어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 일가에 430억원 상당의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소환해 조사 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초반 ‘광폭 행보’로 혐의 관련자들을 빠르게 수사하면서 역대 특검팀 중 가장 높은 국민의 찬사도 받았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특검팀은 첫 번째 난관에 봉착했다. 법원은 뇌물 혐의의 직접 당사자인 박 대통령의 대면 조사가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혐의를 입증하기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때부터 특검팀의 화살은 의혹 당사자가 있는 청와대를 향했다.
■ 끝내 열리지 않은 ‘푸른 기와집’의 문
90일의 특검 수사 기한 동안 박 특검팀은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와 청와대 경내 압수수색을 줄기차게 시도했다. 하지만 청와대 압수수색은 비서실과 경호실에 의해 막혔다. 대면조사의 경우 1차 시도가 무산된 뒤 재협상에 들어갔지만 결국 실패했다.
특검은 청와대 압수수색을 위해 서울행정법원에 청와대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을 상대로 낸 압수수색·검증영장 집행 불승인 처분 취소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국가기관인 특검이 원고가 될 수 없다”며 각하했다. 서슬 퍼런 수사 진행으로 관련 당사자들에게 공포심을 안겨줬던 특검이 두 번째 좌절을 맛봐야만 했던 순간이었다.
■ 좌절했지만 포기하지는 않았다
특검은 숱한 좌절의 순간에서 포기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에 대한 1차 구속영장 신청은 기각됐지만, 보강수사 끝에 끝내 구속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을 압수수색하고 삼성이 순환출자고리 해소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과정 등에서 특혜를 받은 정황을 포착해 이 부회장을 구속했다.
수사 초반부터 제기됐던 강압수사 논란에도 특검팀은 의연했다. 특검팀의 소환에 불응해 강제 소환돼 온 최씨의 “특검이 자백을 강요하고 있다. 여기는 더 이상 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는 소리침이나 ‘비선진료’ 김영재 성형외과 원장의 부인 박채윤씨의 “특검이 자백을 강요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 철저하게 ‘사실무근’이라고 말하며 일절 대응하지 않았다.
이번 특검에서 가장 완성도 있는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학·학사비리에 대한 수사였다. 특검은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을 비롯해 김경숙 전 이화여대 신산업융합대학장, 류철균(필명 이인화) 이화여대 교수, 남궁곤 전 이화여대 입학처장, 이인성 이화여대 의류산업학과 교수 등 5명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모두 구속했다.
오는 28일 특검팀의 수사가 종료되지만 아직 수사를 완료하지 못한 부분도 많다. 특히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국정농단’ 의혹을 밝혀내지 못한 부분은 아쉬운 대목이다.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도 특검팀 이후 검찰에서 밝혀내야 할 중요한 수사 대상이다.
이제 ‘최순실 게이트’ 수사의 공은 다시 검찰에게로 넘어간다. 역대 어느 특검보다 많은 수사 대상과 수사 자료를 떠안고 있던 박영수 특검팀의 바통을 검찰이 잘 이어받을 수 있을지, 앞으로 국민들의 관심은 검찰의 수사에 집중될 전망이다.
/이종호기자 phill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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