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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로건’ 안녕 울버린…쾌감보다 눈물이 앞서는 슈퍼히어로의 퇴장기

관객들이 슈퍼히어로 영화를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마블(Marvel) 코믹스와 DC 코믹스로 대표되는 슈퍼히어로 영화에 빠져든 것은 현실에서는 구현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상상력들을 충족시킬 수 있으면서, 동시에 히어로의 고뇌를 통해 인간에 대한 이야기도 담아낼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2000년대 할리우드 슈퍼히어로 블록버스터 열풍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엑스맨’ 시리즈는 무수한 슈퍼히어로 영화 중에서도 히어로의 고뇌라는 측면을 가장 잘 살려낸 작품이다. 다른 영화의 히어로들이 인류를 구원한 영웅으로 칭송받는 순간에도, ‘엑스맨’ 시리즈의 히어로들은 ‘뮤턴트’라는 이름 아래 괴물 취급을 당하며 차별과 박해를 당해왔으니 말이다. 마치 과거 백인들이 인디언을, 흑인을 대하듯이 말이다.

영화 ‘로건’ 휴 잭맨 / 사진제공 = 20세기 폭스 코리아




3월 1일 개봉하는 영화 ‘로건’은 ‘엑스맨’ 시리즈의 최고 인기 캐릭터인 울버린(휴 잭맨 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울버린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하지만 ‘로건’을 보기 위해 앞서 제작된 ‘울버린’ 시리즈를 굳이 다시 복습할 필요는 없다.

만약 정말 복습이 필요하다면 ‘엑스맨’의 리부트 시리즈 중 브라이언 싱어가 돌아와 연출한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정도는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로건’은 그만큼 기존 ‘엑스맨’ 시리즈의 주제를 가장 강렬하게 담아내는 작품이면서, 기존 ‘엑스맨’ 시리즈 아니 슈퍼히어로 영화 전체와 가장 극명한 괴리감을 가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로건’은 시작부터 호쾌한 액션 대신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휴 잭맨의 모습이 먼저 시야에 들어온다. 절대 부러지지 않는다는 아다만튬을 전신에 이식했고, 신체재생 기능까지 갖춰 말 그대로 불로불사의 몸이었던 ‘울버린’이 중년의 아저씨가 된 채 자신이 운전하는 임대 리무진의 뒷좌석에서 힘겨운 비명을 내지르며 겨우 몸을 일으키는 모습이다.

영화 ‘로건’ 휴 잭맨, 패트릭 스튜어트 / 사진제공 = 20세기 폭스 코리아


‘로건’의 연대기는 그동안 소개된 ‘엑스맨’ 시리즈의 연장선 위에 있지 않다. 굳이 말한다면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서 울버린이 과거로 가서 미래를 향한 흐름을 바꾸기 이전, 엑스맨들이 센티널에게 무차별 학살을 당한 이후의 시간대로 볼 수 있다.

불로불사이던 울버린은 신체재생기능이 저하되기 시작하며 서서히 늙어가기 시작하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수많은 엑스맨들은 이미 센티널에 의해 제거를 당한지 오래다. 그나마 울버린을 제외하면 프로페서X(패트릭 스튜어트 분)만이 90세가 넘은 고령의 나이로 여전히 대머리에 휠체어를 탄 채 등장하지만, 이제는 대부분의 능력을 잃고 심지어 치매로 기억까지 오락가락한다. 그리고 이 세상에 더 이상 뮤턴트들은 자연적으로 등장하지 않게 됐고 말이다.



이 암울한 세계에서 울버린, 아니 로건은 자신이 엑스맨이라는 사실까지 숨기고 리무진 기사를 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중 그는 자신의 유전자를 토대로 만들어진 뮤턴트인 로라(다프네 킨 분)를 만나게 되고, 로라를 노스 캐롤라이나 어딘가에 위치한 엑스맨들의 지상 낙원 ‘에덴’으로 데려다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영화 ‘로건’ 다프네 킨 / 사진제공 = 20세기 폭스 코리아


‘로건’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슈퍼히어로 영화와는 정말 거리가 멀다. 아다만튬 클로를 손등에서 꺼내는 것만으로도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는 늙은 울버린의 모습도 어색하고, 이제 겨우 10살 정도 된 소녀 로라가 슬래시 무비 수준으로 자신을 잡으려는 병사들을 썰어대는 하드고어한 풍경도 낯설다. 휴 잭맨이 ‘울버린’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로건’의 완성도를 위해 스스로 출연료를 깎아가면서까지 제임스 맨골드 감독에게 표현 수위의 제약이 거의 없는 R등급으로 맞춰달라고 한 이유는 영화를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보통의 슈퍼히어로 영화가 어떤 어려운 상황마저도 극복하고 결국 히어로의 위대한 승리를 보여주는 것과 달리 ‘로건’은 울버린 시리즈의 마지막답게 울버린의 쓸쓸한 퇴장으로 막을 내린다. 승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1950년대 처음 존재가 알려진 이후 계속 차별과 박해의 역사를 가져온 뮤턴트들이 결국 그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로건’은 통쾌함보다 눈물을 동반한 슬픔이 먼저 치고 들어온다. 스크린에서는 하드고어한 표현이 넘쳐나지만, 그 표현이 잔인할 수록 관객의 눈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늙고 쇠약한 울버린의 모습이 더욱 선명하게 아른거린다. 이런 슈퍼히어로 영화는 정말 처음이다. 3월 1일 개봉.

/서경스타 원호성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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