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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찾는 진보, 길을 묻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정의’가 아니라 ‘타협’”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자유, 평등, 인권 등 진보의 가치는 동일, 어떻게 실현해 나가느냐가 문제

힘으로 관철하는 것은 불가능. 합의 이뤄야. 북유럽 복지국가의 공통점은 ‘사회적 대타협’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자유, 평등, 인권 등 진보의 가치는 동일합니다. 문제는 진보의 가치를 어떻게 실현해 나가느냐의 문제입니다. 힘으로 관철시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결국 사람들 사이에서 합의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민주주의의 정의는 ‘선’이 아니라 타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진보의 가치를 배타적으로 관철시키려 하면 잘못된 진보로 그런 진보는 옛 사회주의”라며 “혁명에 성공할 수는 있지만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 낼 수는 없다. 현실을 못 이긴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24일 김의원을 만나 ‘진보의 미래’에 대해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 시점의 역사적 의미를 다시 본다면

▲지금은 해방이후 반민특위, 87년 6월항쟁이후 3번째 변화와 전환의 국면이다. 이를 어떻게 돌파해 나가느냐가 앞으로 우리의 30~50년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현 시점의 특징과 숙제는

▲첫째 민주주의의 위기다. 지난 2003년 광우병 파동으로 인한 백만 촛불집회 이후 이번 촛불집회까지 한해 걸러 한번씩 수백만명이 광장에 모여 민주주의를 요구했다. 이는 대한민국 대의민주주의의 실패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민주적 대의시스템으로 정당과 의회가 실패했다. 대의민주주의 체제가 기능을 제대로 못했다.

둘째, 경제위기다. 지금은 저성장과 양극화라는 기존 위기에 새로운 산업의 전환기라는 구조적 위기가 중첩된 시기다. 지금의 저성장은 단순히 경기순환적 저상장이 아니라 근본적인 산업구조 재편에 따른 저성장이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

청와대에서 대기업 불러다가 밥먹으며 대책을 논의하고, 추경 몇 번 한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셋째, 미국과 중국의 본격 경쟁에 따른 위기다. 대한민국은 수백년 동안 강대국 사이의 경쟁이 본격화될 때, 즉 전환기에 늘 위기고 비상이었다. 명청 교체기의 임진왜란, 청일이 각축전을 벌이던 구한말 등이 한 예다. 한반도 주변 강대국이 충돌할 때 마다 중간에 위치한 우리는 엄청난 도전을 받는다. 노무현 대통령 당시의 동북아 균형자론과 지금은 다르다. 지금은 미중이 충돌하면서도 자기들도 어느 정도 까지 충돌할지, 어느 정도에서 타협할 지 모른다. 여기에 북한의 핵무장까지 더해서 안보전략도 큰 숙제다.

그래서 이번 대선은 박근혜 국정농단 심판 만이 아니고 이 같은 대한민국의 전환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길을 찾아 나가느냐 하는 점에서 의미가 막중하다.

-민주당은 이 같은 숙제들에 준비가 돼 있나.

▲민심의 흐름은 진보정권에게 이 위기국면을 맡겨야 한다고 하고 한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게 이 위기를 맡길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보수정권 심판과 국가적 전환기의 숙제를 진보정권이 담당하라고 하고 있다. 역사적 사명이다.

그런데 보수정권 적폐 청산 정도면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이미 로드맵도 다 나와 있다. 이는 정권교체로 해결이 가능한 문제다.

그러나 지금 얘기한 3가지 구조적 전환국면은 정권교체 그 자체가 문제의 해법은 아니다. 정권교체 그 이상이 필요하다.

-어떻게 이 숙제들을 풀어가나.

▲사실 구체적인 정책은 이미 다 나와 있다. 양극화와 저출산 대책만 해도 2006년참여정부의 ‘비전 2030’에 세부적인 정책들이 다 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아무런 진도가 안 나갔다. 교육개혁만해도 10년전 하는 얘기나 지금이나 똑 같다.

비유적으로 말해서 양극화, 저성장, 북핵해법, 한중 한미관계 등 구체적인 대책을 어플리케이션이라고 한다면 문제는 OS, 즉 운영시스템이다. 즉 현재의 국정과제에 대한 세부적인 정책방향, 즉 어플리케이션은 다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어플리케이션이 작동해야 할 OS가 잘 구동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OS는 뭔가.

▲지금 우리 사회의 OS는 도스(DOS) 수준이다. 이를 ‘윈도수 10’ 정도로는 바꿔야 한다.

OS는 바로 민주주의다. 민주주의의 실패와 공백이 문제의 핵심이다. 1987년 직선제 이후 30년간 직선으로 뽑은 대통령제를 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힘이 세면 동물국회가 되고, 이를 막기 위해 선진화법을 하니 식물국회가 됐다.

정당과 의회 민주주의를 살리는 것이 OS 바꾸는 것의 핵심이다. 정당과 의회가 제대로 돌아가야 민주주의가 된다. 정당과 의회가 일반 국민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것이 잘 돼야 민주주의가 제대로 된다.

대한민국 국정의 70~80%는 관료들이 한다. 그러나 관료들의 기본 DNA는 혁신이 아니다. 위임된 것을 집행하는게 관료다. 청와대 비서실이나 장관들은 국민을 대의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따라서 20~30%는 국회 몫으로, 혁신 몫으로 가야 한다. 혁신을 위해 국회는 끊임없이 시장과 시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래야 혁신 에너지가 생긴다.

이 관료체제와 혁신 체제가 함께 가야 한다. 한국사람들은 우수한 민족이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잘 못 돼서 이 우수한 역량이 막혀 있다.

-정당과 의회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첫째, 의회의 비례성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지금 우리 의회는 대의성이 떨어진다. 국민들이 지지해준 정당에 비례해 국회가 구성되지 않고 있다.

둘째, 그동안 민주주의는 옳은 것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독재국가를 겪은 경험 때문이었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핵심은 옳은 것을 하는 것이 아니다. 대화하고 타협하는 것이다.

태극기 집회에 나오는 시민들은 젊은 사람들이 가난과 6.25를 모른다고 말한다. 젊은 층은 이들이 시대의 변화와 바뀐 가치를 모른다고 한다. 이 싸움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본적인 철학과 생각을 바꾸라는 말이 아니다. 서로 내가 옳다고 하면 결론이 안 나기 때문에 타협하자는 것이다.

공감대만 형성하면 가능하다. 민주주의의 정의는 ‘선’이 아니라 타협이다.

-이러한 새 개념을 ‘새로운 진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나.

▲자유, 평등, 인권 등 진보의 가치는 동일하다. 문제는 진보의 가치를 어떻게 실현해 나가느냐의 문제이다. 힘으로 관철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사람들 간에 합의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북유럽 복지국가의 공통점은 어떤 나라든지 다 ‘사회적 대타협’을 이뤘다는 점이다. 그래서 진보적 공동체가 만들어 졌다.

디테일한 타협안은 많다. 대화가 가장 중요하다. 내가 옳은 것이 아니다. 정당이 그 사이에서 역할을 한 것이다. 사회적 대타협을 만들어 내는 것, 그 길 밖에는 길이 없다.

우리의 가치를 배타적으로 관철시키려 하면 잘못된 진보다. 그런 진보는 옛 사회주의다. 혁명에 성공할 수는 있지만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 낼 수는 없다. 현실을 못 이긴다.

/안의식 선임기자 miracl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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