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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發 경기착시] 수출 늘어도 경기 찬바람...“고용 늘지 않고 부가가치 日유출 탓”

■수출 호조 속 소비 부진 이유는

반도체 수출 주도 불구 물량 안늘고 단가만 올라

고용유발인원도 일반기계의 ⅓로 낙수효과 저조

부가가치 해외유출 비중 29%→41%까지 높아져

日부품 의존도 높은 韓, 수출 늘어도 수입 적은셈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소비가 3개월 연속 감소했다고 발표된 2일 오후 서울 용산 전자상가가 내 상점마다 손님이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송은석 기자




반도체 호황으로 지난 2월 수출이 4개월 연속 증가하며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발표된 다음날인 2일 오전7시. 안산 시화공단에 위치한 한 반도체 부품업체 직원들의 출근길은 여느 때와 비슷했다. 이 회사는 SK하이닉스의 1차 벤더다. 출근길에 만난 직원들은 “반도체 대기업들의 수출실적이 늘면 일감도 증가해 월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고 말했다. 생산직의 초임 월급은 보통 200만원 남짓이지만 납품물량이 늘어서 야근이 잦으면 많게는 3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별 차이가 없었다. “일감이 늘어나기는커녕 손에 쥐는 건 똑같다”면서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생산직 직원 최모(27)씨는 “초과근무를 해도 월급을 많이 받는 게 좋은데 원청업체의 수출이 늘었다 해도 발주물량은 크게 늘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출이 4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지만 온기가 밑바닥 경제까지는 스며들지 못하고 있다. 기저효과와 조업일수 확대, 수출단가 상승 등으로 수출기업만 좋을 뿐 그 과실이 낙수효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중소기업 등은 ‘수출기업들만의 잔치’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도 수출액이 지난해 2월보다 54% 늘면서 수출을 주도한 반도체는 단가 상승의 영향이 컸다. 물량이 함께 늘어야 안정적인 증가세를 이어갈 텐데 그렇지 못했다. 반도체의 수출 회복이 머지않아 꺾일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관계자도 “반도체가 전반기까지 버텨주면 좋겠지만 낙관적이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더욱이 반도체는 업종의 특성상 고용이나 부가가치 창출 등 바닥경기까지 미치는 영향이 작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2015년 현재 수출 100만달러당 반도체의 취업유발인원은 3.58명이다. 공정의 기계화와 해외로부터의 부품 조달 등으로 인해 100만달러어치를 수출할 때 고용을 일으키는 인원이 4명도 안 된다는 얘기다. 이는 일반기계(10.38명)의 3분의1에 불과하고 식료품(22.6명)에 비해서는 6분의1이다. 반도체의 부가가치율도 낮다. 2015년 기준 반도체의 수출부가가치율은 53.6%로 화장품(76.7%), 식료품(70.3%)에 못 미쳤다. 결국 수출을 제아무리 많이 해도 국내에 떨어지는 떡고물이 적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호황이다 보니 국내 경기 전반에는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다는 얘기다.





수출을 이끌고 있는 석유화학도 상황은 비슷하다. 신현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석유화학은 해외에서 원유를 들여와 국내에서 가공만 하고 과정도 자동화돼 인력수요가 많지 않다”며 “석유화학 수출이 늘어난다고 인력이나 국내 경제 제고 효과는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2월 수출액 중 석유화학은 38억1,000만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42.6%나 급증했다. 13대 수출품목 중 4번째로 증감률이 컸다. 그러나 이마저도 지난해 수출단가가 올라 수출액이 자동증가한 영향이 작용했다. 2월 석유화학제품 수출단가는 톤당 1,152달러로 1년 사이 19.2% 증가했다. 반도체처럼 투자와 고용을 창출하는 후방효과가 적어 수출 성적표 수치를 높이는 데만 기여한 셈이다.

자동차 업종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완성차 업체들이 부진하며 납품단가를 인하한 경우가 많았는데 수출이 늘었음에도 다시 단가가 오르지는 않고 있다. 1·2차 하청업체가 수출 증가에 따른 납품물량이 늘어도 단가가 제자리라 수익 증대에 큰 변화가 없다는 얘기다. 자동차 부품업체의 한 영업직원은 “최근까지만 해도 완성차 업체들이 목표 판매대수를 채우지 못해 단가 인하 요구가 거셌다”며 “완성차 업체들의 수출실적이 오랜만에 반등했지만 단가를 올려줄 거란 기대를 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그나마 완성차 업체들의 프로젝트에 참여해 수주를 이어가는 것만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체 수출의 국내 경제 파급효과가 많이 준 점도 주목해야 한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수출의 부가가치 해외유출 비중은 2000년 29.7%에서 2011년 41.6%로 증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같은 기간 21.3%에서 24.2%로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한국의 해외 유출 속도는 4배나 빨랐다. 수출이 늘어도 그 과실이 해외로 나갈 뿐 국내에서의 낙수효과가 줄어드는 셈이다.

여기에다 한국은 일본으로부터의 부품 수입 의존도가 갈수록 늘어 수출을 많이 할수록 일본에 주는 돈도 많아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소재·부품 수입 총액은 1,525억달러로 전년보다 4.5% 줄었지만 일본으로부터는 3.1% 늘어난 272억달러에 달했다. 전자부품은 9.6% 늘었고 일반 기계부품도 6.5% 증가했다. 지난해 대일본 전체 무역수지도 231억달러 적자를 기록해 적자 폭이 3년 만에 가장 컸다. /안산=강광우기자 세종=이태규·구경우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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