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개 대형 자산운용사가 다음달 상장을 앞둔 ‘채권형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의 전략 차별화에 힘쓰고 있다. 기존 패시브 ETF와 달리 운용사와 펀드매니저의 재량에 따라 성과 차이가 커질 수 있는 만큼 어떤 식으로 상품을 운용할지가 중요하다. 투자자들이 기존 국내 채권형 ETF를 외면하고 있는 만큼 채권형 액티브 ETF가 흥행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상장 초반에 관심을 이끌어내야 한다. 운용사는 우선 1~2개 종목을 상장하고 시장 반응에 따라 추가 상장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채권형 액티브 ETF를 4월 말까지 상장한다. 이달 중 채권형 액티브 ETF 상장과 관련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법제처의 심의를 통과하는 대로 거래소 규정 개정에 나서고 운용사로부터 제안서 등을 받을 예정이다.
거래소가 일정을 구체화하면서 상장을 준비하는 삼성·미래에셋·KB·한국투자·한화 등 국내 5개 대형 자산운용사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4년 내외로 투자자금의 평균회수기간(듀레이션)이 긴 상품을 한 개 상장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큰손 계열사가 있는 만큼 개인보다는 기관이 선호하는 중장기 상품이 낫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이정환 삼성자산운용 패시브운용본부장은 “여러 개의 벤치마크를 만들기보다는 시장을 대표하는 벤치마크와 이를 추적하는 ETF를 잘 만들어 채권시장의 코덱스(KODEX) 200처럼 대표 상품을 만들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듀레이션이 6개월~1년인 단기 상품과 중장기 상품 두 개를 각각 상장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단기 채권형 액티브 ETF는 개인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고, 중장기 상품은 계열사인 미래에셋생명으로부터의 시딩이 가능하다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주영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기존 패시브 ETF와 달리 운용에 유연성이 있는 만큼 지금 상장된 채권 ETF보다는 좀 더 높은 수익률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B운용도 듀레이션별로 2~3개의 상품을 상장할 계획이다. 단기는 개인을, 중장기는 기관을 타깃으로 다양한 투자자를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KB금융이라는 대형투자자로부터의 적극적인 시딩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희망을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투자증권은 우선 한 개를 상장하기로 했다. 오랫동안 대형 국내 채권형 공모펀드를 운용해온 경험을 이번 채권형 액티브 ETF에서 살린다는 방침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화단기국공채’의 설정액(2월27일 기준)은 1조5,107억원으로 국내 채권형 펀드 중 가장 많다. 역시 한 개 상품을 상장하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은 ETF팀이 아닌 채권운용본부에서 운용을 전담해 수익률에서 성과를 낸다는 방침을 세웠다.
운용사들이 한두 개 상품만 상장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채권형 액티브 ETF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국내에서 액티브 ETF를 운용한 전력이 없는 만큼 투자자의 신뢰를 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사실상 자금이 잠시 거쳐 가는 머니마켓펀드(MMF) 외에 제대로 된 공모형 채권시장이 없는 상황에서 개인이 채권형 액티브 ETF에 얼마나 큰 관심을 가질지도 의문이다. 특히 상품별 기초지수와의 복제율이 0.7을 유지해야 하는 등 완전한 액티브 상품이라고도 볼 수 없어 기존 채권형 ETF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기존의 채권형 패시브 ETF도 충분한 투자자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액티브 ETF가 얼마나 투자자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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