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상승이 신흥국 중 중남미 국가와 아시아 지역 증시의 희비를 가르고 있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철광석 등 주요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은 중남미 국가에 기대감이 집중된 탓이다.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브라질 펀드 수익률은 11.32%로 전체 국가별 펀드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중남미 펀드 수익률은 10.20%로 뒤를 이었다. 반면 중국을 제외한 신흥아시아 펀드 수익률은 연초 이후 1.08%로 저조했다. 주식형 펀드에서도 중남미 주식은 10.72%로 해외 주식형 펀드 중 유일하게 두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했으나 신흥아시아주식 수익률은 5%대에 그쳤다.
신흥국 간 수익률 차이는 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원자재 상품가격지수인 CRB(Commodity Research Bureau) 지수는 지난 2월 한 달간 0.1% 상승했다. 가장 가격이 많이 오른 원자재는 철광석이다. 2월 한 달간 철광석 가격은 12.9%나 올랐다. 철광석 값은 올해 공급량과 주요 항구의 재고가 역사적 최고 수준임에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CRB 지수 변동에 영향력이 가장 큰 에너지 섹터 중 하나인 원유는 4% 상승했다. 반면 신흥아시아 지역 수익률에 민감한 농산물 가격은 대부분 약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특히 철광석 등 산업금속 가격 상승에 주목하고 있다. 브라질증시에서 철광석 관련 기업은 시가총액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구경회 KB증권 연구원은 “중남미 국가들은 원유·산업금속 등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신흥아시아에 비해 압도적으로 크다”며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이머징 마켓 내에서도 남미와 아시아의 주가 상승률 차이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펀드가 지난해 높은 수익률을 차지한 것 역시 원유 가격 상승세의 영향이 크다. 원자재 펀드도 연초 이후 5.46%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신흥국 사이에 전망 차이를 만들면서 자금 흐름도 달라지고 있다. 연초 이후 신흥아시아 주식형펀드에서는 3,573억원이 빠져나갔지만 중남미 주식에서는 6억원만 이탈했을 뿐이다.
올해 철광석 가격이 완만하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금 같은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과 미국의 인프라 투자가 확대될 경우 산업금속이 최대 수혜를 입기 때문이다.
다만 3월 미국 정부의 재정정책 지연 가능성은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미국 정부가 예산안 제출을 앞두고 단기 차익실현 매물이 나올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과도하게 누적된 투기적 매수 부담을 줄이는 기회”라며 “향후 가격 조정은 중장기 관점으로 비중 확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