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중국의 보복조치는 모두 WTO 규정 등 국제법의 칼날에서 비켜나 있다. 대표적인 예가 롯데마트의 영업정지다. 중국 당국이 롯데마트 23곳에 영업정지를 내린 근거는 소방법 위반이다. 관광산업 분야도 마찬가지다. 전세기 운항 금지의 경우 WTO나 FTA의 양허 사항이 아닌 만큼 분란의 소지가 없다. 관광객 제한도 내국인의 출국금지 사항인 만큼 주권 행사에 해당하는데다 여행 서비스 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을 차별하지 않는 만큼 WTO에 제소해도 승산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또 위생검역은 WTO나 FTA에서도 인정된 비관세장벽이다.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는 “관광 서비스업에서 중국이 취하는 조치는 시장접근을 제한하거나 차별대우하는 게 아니라 양허한 거와는 관계가 없다”며 “그 섬세함 때문에 조목조목 분석해야 하는데 대충하고 고위층이 발표하는 아마추어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WTO 제소라는 극단적 방법보다는 한중 FTA에 마련된 ‘중계절차’를 십분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덕근 서울대 교수는 “WTO 소송으로까지 간다고 하면 양국 간 경제관계가 마지막까지 가는 거라고 봐야 한다”며 “한중 FTA에 비관세장벽과 관련해 유일하게 분쟁해결 절차가 있는데 분쟁이 본격화하기 전에 양국 간 협의를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당국은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이날 경제단체간담회에서 “중국 상공부와 계속 얘기하고 있지만 중국 관료들도 해법은 정부 몫이 아니라 위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가 안보 문제인 만큼 외교안보 채널을 통해서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통상 분야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수륜아시아법률사무소·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회 위원장)은 “WTO나 FTA는 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협정 이행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안보 문제는 안보 협의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중국의 비관세장벽이 두고두고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이를 효과적으로 모니터링해 대처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시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 조사하고 제소하거나 반덤핑관세 등을 매길 수 있는 무역위원회가 산업부 밑에 들어가 있는데 권한이나 전문성 부분에서 보강해야 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
/김영필기자 세종=김상훈·강광우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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