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파면으로 60일 내에 차기 대통령선거가 치러지게 되면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선택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황 대행은 그간 대선 출마 의사를 묻는 정치권과 언론의 질문에 한 번도 ‘예스 또는 노’로 답한 적이 없지만 이제는 확실한 입장을 밝혀야 할 시기가 됐다.
정치권은 황 대행이 총리직을 곧 사임하고 자유한국당에 입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총리로서 박 전 대통령을 제대로 돕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것을 명분으로 총리직을 떠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자유한국당 입당은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모양새를 피해 ‘영입되는’ 형식을 취할 것으로 관측된다. 스스로 정치권에 들어가는 모습은 득표전략에도 좋지 않다.
황 대행 측 관계자들은 그간 “황 대행이 대통령 권한대행 역할을 제대로 하는지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는데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국정을 넘기고 대선에 참여할 수 있겠느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황 대행의 하루하루 일정이 ‘관리형 권력’의 활동이라기보다는 대선주자의 행보로 보인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대행이 되기 전부터 행보가 많았으니 그렇게 볼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측근 그룹 또한 황 대행의 대권 도전을 돕기 위한 행동에 나설 것으로 분석된다.
황 대행은 국회의원을 지낸 적도 없고 자유한국당에서의 기반도 없다. ‘여의도 기득권’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황 대행은 범여권을 통틀어 유일하게 두자릿수의 지지율을 기록하는 인물인 동시에 박 전 대통령 옹호세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어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황 대행 지지세력은 대선 본선에서도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각각 후보를 낼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이번 대선은 다자구도다. 민주당 후보가 진보표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후보가 중도표를 각각 가져갈 경우 황 대행이 보수층 표를 독식할 수 있을 것으로 황 대행 지지층은 예상한다. 한마디로 한국당에 불리한 구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황 대행이 낙선할 것으로 전망하더라도 출마를 강행할 것으로 관측한다. 대선 출마는 한국당을 접수함과 동시에 보수의 아이콘이 될 기회이기 때문이다. 만약 보수 2당이 다시 합칠 경우 황 대행은 명실상부 보수의 ‘원톱’이 돼 차차기 대권을 노릴 수 있다.
황 대행은 60세로 상대적으로 젊다. 정치권 인사 중에서는 이종걸 민주당 의원, 노회찬 정의당 의원과 고교(경기고) 동기다. 차차기 주자군으로 분류해도 어색할 게 없는 나이라는 점도 그의 출마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