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국민 통합을 강조했다. 탄핵 정국에서 적폐청산을 구호로 내걸었던 것과 비교해보면 선명성 기조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는 평가다. 1위를 달리고 있는 대선주자로서 국민 통합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는 당 안팎의 요청을 수용한 셈이다. 그럼에도 문 전 대표는 “진정한 통합은 적폐를 덮고 가는 봉합이 아니다”라며 자유한국당과의 대연정 등 무원칙한 통합은 없다는 뜻을 확실히 밝혔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서울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무겁고 긴 시간이었다. 그러나 민심과 헌법을 일치했다”며 “우리 국민들은 가장 평화롭고 아름다운 방법으로 전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훗날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는 탄핵 이전과 이후로 기록될 것”이라고 박 전 대통령 탄핵을 국민적 성과로 돌렸다.
문 전 대표는 포스트 탄핵 정국에 대한 비전으로 ‘문재인으로의 정권교체’를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아직 절반밖에 못 왔다”며 “촛불의 힘으로 대통령을 탄핵시킨 것 말곤 정치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절박한 마음을 더 모으고 모아야 정권교체를 이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권교체를 통해 공정하고 정의롭고 상식적인 나라로 가야, 명예로운 시민혁명은 비로소 완성된다”며 “지금까지의 절반의 승리가 촛불의 힘이었다면, 남은 완전한 승리는 온 국민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 이루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전 대표는 촛불집회와 태극기 집회로 대변되는 국민적 분열을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우리는 상처와 분열과 갈등을 넘어서서 하나가 되야 한다”며 “대한민국은 통합의 길로 가야 한다. 타도와 배척, 갈등과 편가르기는 이제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문 전 대표는 탄핵 정국에서 내내 강조해왔던 적폐청산 등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새로운 나라로 가기 위한 국민적 열망, 정의롭고 상식적인 나라로 가기 위한 국민 모두의 소망 아래 하나가 돼야 한다”며 “적폐를 확실히 청산하면서 민주주의 틀 안에서 소수의견도 존중하고 포용하는 원칙 있는 통합이 중요하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가기 위한 통합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탄핵 이후 범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제기됐던 정치위기, 안보위기,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며 대세주자로서의 포부도 드러냈다. 그는 “국정공백이나 정치혼란이 없을 것”이라며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깊고 큰 저력을 믿어도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보위기에 대해서도 “안보와 국방에 관한한 새로운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초당적 협력으로 단 한 치의 빈틈도 생기지 않도록 힘을 모으겠다”며 “오히려 저와 우리 당이 더 철저하게 적극적으로 챙기겠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저는 국민의 힘을 믿는다. 우리는 이 중요한 과도기를 오히려 발판으로 삼아 기필코 더 위대한 도약을 이뤄낼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정권교체를 거쳐 다시 새 역사를 쓸 것이다. 대한민국의 전진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전 대표는 박 전 대통령 구속 수사 여부에 대해선 대권주자로서 말을 삼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합을 위해 박 전 대통령 불구속 수사를 제안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검찰의 수사는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돼야 하는 것이 옳다”며 “대선주자들이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언급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또 청와대 퇴거를 미루고 있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2~3일 정도 늦추는 것은 야박하게 굴지 않겠다”면서도“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 기록물 폐기를 하거나 그런 것은 없어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이 이런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 전 대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경제보복이 심화되고 있는 데 대해 “정부가 당장 팔을 걷어붙이고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중국의 경제보복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면서 “지금 정부는 (사드배치에 대한) 중국의 거듭된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국으로부터 보복은 없을 것이라고 늘 낙관해왔다. 현실적으로 중국의 경제보복이 이뤄지고 있는 이 시점까지도 중국을 설득하려는 외교적인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의 대응을 비판했다. 이어 “군사·외교문제와 경제 문제는 분리되는 것”이라며 “적어도 경제적 보복조치에 대해서는 중국이 더 이상 (보복조치를) 확대하지 않도록 우리 민간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박형윤·빈난새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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