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북한 이탈주민 인권의식 실태조사’에 따르면, 설문 참가자 480명 중 절반 가까이(45.4%)가 탈북 이후 남한에서 북한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학력ㆍ학벌, 비정규직, 나이, 경제적 지위 순으로 차별을 받기도 했다.
인권 침해를 경험해도 이들의 대처는 대체로 소극적이었다. 응답자의 27.7%는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답했고, ‘시민단체(탈북자 단체) 등에 도움을 요청했다’거나 ‘당사자 또는 해당기관에 시정을 요구했다’는 요청은 각각 16.2%, 13.6%에 그쳤다.
소극적 대처로 이어지는 데는 탈북자 대다수가 인권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교육 받거나 체계를 갖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탈북자의 무려 74.4%는 북한에서 인권이라는 용어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사생활을 보호받지 못하거나(85.6%), 공개처형을 목격하기도 하고(64%), 출신 성분에 따른 차별(35%)도 경험했다.
탈북 이후 남한에서 인권에 대해 접하는 경로 역시 TV 등 대중매체에 국한돼 있었다. 인권이라는 용어에 대해 자주 듣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54.6%, 가끔 듣는다는 비율이 39.8%였다. 거의 듣지 못한다는 응답도 5.6%에 머물렀다. 인권에 대해 접하는 경로도 TV가 63.1%, 신문이나 서적이 16%, 인터넷이 5.6%였다. 정규수업(1.5%)이나 강연 또는 연수(6.3%)라고 응답한 비율은 매우 저조해 체계적으로 인권에 대한 개념을 접할 기회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거주 탈북자는 약 3만여 명에 이른다”며 “이들의 인권 수준이 낮거나 다른 국민과 인식 차이가 클 경우 원만한 남한 정착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인권 교육과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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