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대림역 12번 출구를 나와 골목에 들어서자 중국어 간판이 빽빽하게 들어선 시장이 나타났다. 한쪽에서는 중국인으로 보이는 중년 남성들이 도박에 푹 빠져 있었고 다른 쪽에서는 향료 냄새가 코를 찌르는 음식들을 차려놓고 장사가 한창이었다. “남들은 ‘서울 속 중국’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중국 속 서울’이라고 불러요.” 길가를 지나던 중학교 1학년 최지원군의 얘기다.
대림2동은 국내 대표적인 외국인 이민자 밀집 거주지역이다. 지난 2015년 기준 외국인 주민 수가 1만6,422명에 달해 주민등록 인구 1만5,610명을 넘겼다.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은 동네가 된 셈이다. 외국인 비중이 높아지면서 지역 갈등도 커졌다. 상권이 커지자 중국인 취객과 한국인 사이의 다툼이 늘어나는가 하면 크고 작은 범죄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주택가 골목 곳곳에서 ‘SOS’라고 적힌 비상벨이 부착된 노란색 표지판과 폐쇄회로(CC)TV를 발견할 수 있었다. 외국인들이 마구 버린 쓰레기도 골칫거리다. 쓰레기 무단 투기를 막기 위해 ‘몰래 버린 양심 부끄럽지 않나요’라고 적힌 경고문도 주택 담장 여기저기에 붙어 있었다.
해가 지면 외국인에 대한 시선은 불편함을 넘어 공포로 바뀐다. 고성을 지르거나 아무나 붙잡고 시비를 거는 취객들까지 겹치면서 원주민들은 아예 시장 골목을 외면하고 있다고 한다. 최군은 “밤이 되면 여자나 노인들은 골목 대신 외곽 큰 도로로 돌아서 다닌다”며 “분위기가 좋은 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원주민들의 이런 시선이 이곳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에게도 불편하다. 한 중국 동포는 최근 인근 아파트에 입주했더니 주민회에서 이를 논의하는 반상회를 개최하려고 해 불쾌했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중국 지린성 출신의 장모씨는 “동포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보는 시각이 있어 솔직히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 경제가 맞닥뜨린 저성장 해법으로 이민을 제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그 반대편에는 이민 문호 개방에 대한 불안한 시각도 존재한다. 오원춘 토막 살인 사건(2012년), 중국인 제주 관광객 살인사건(2016년) 등 외국인이 저지른 흉악범죄가 급증하며 자칫 이민 확대가 범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실제로 지난 2015년 기준 외국인이 저지른 범죄는 총 3만5,443건으로 2011년 2만7,436건보다 30% 가까이 늘었다. 이 기간 전체 범죄에서 강력 및 폭력 범죄가 차지하는 비중도 30~37%에 달해 20% 초반대인 내국인 강력 및 폭력범죄 비중을 크게 앞질렀다.
이규용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특히 중국 동포 밀집 거주지역의 강력범죄 발생률이 높아 특정집단에 대한 낙인효과를 발생시키고 이와 같은 내국인들의 혐오가 이민자들에게 차별 경험으로 되돌아가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범죄가 조직화하지 않도록 선제 예방 조치에 나서는 한편 무분별한 외국인 혐오를 막기 위한 대책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탐사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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