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슨이 인간 의사를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IBM)의 목표도 아닙니다.”
1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33회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 전람회(KIMES)’의 기조연설자로 한국을 처음 방문한 앤드류 노든(Andrew Norden) 박사는 “왓슨이 의사의 가장 훌륭한 조력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인간과 인공지능 컴퓨터인 ‘왓슨’은 서로 특기인 분야가 전혀 다르다. 인간은 윤리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하며 추상·개념화에 능숙한 반면 왓슨은 방대한 지식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패턴을 발견하는 게 장점이다. 노든 박사는 “인간 의사는 특정 약이 병세를 악화시킨 경험을 한 후에는 그 약 처방을 꺼리는 경향이 생기지만 왓슨은 그런 편견에 휘둘리지 않기에 객관적인 분석을 할 수 있다”며 “잠을 자지 않고 24시간 일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라고 웃었다.
이날 기조연설에서 노든 박사는 왓슨이 활발히 활용되고 있는 세 가지 의료분야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첫 번째는 가천대 길병원, 부산대병원 등에 도입되며 한국에서도 유명세를 탄 ‘왓슨 포 온콜로지(종양학)’다. 미국 슬론 케터링 암센터의 도움으로 구축된 온콜로지 시스템은 암 진단과 치료에 대해 빠르고 적절한 조언을 하는 일을 목적으로 한다. 노든 박사는 “환자의 진료 기록과 방대한 논문 등을 바탕으로 여러 치료법 옵션을 제공하는데 추천할 경우 초록색, 반대할 경우 붉은색으로 표시함으로써 환자들도 쉽게 알아볼 수 있게 했다”며 “암 치료 위원회 등에 의료진뿐 아니라 환자까지 동석해 의견을 나눌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세대 염기서열 유전체 분석(NGS)에 대해 조언하는 ‘왓슨 포 지노믹스(유전학)’도 주목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부산대병원이 도입했다. 노든 박사는 “개인의 유전자을 분석하면 좀 더 효과적인 치료법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미래 정밀 의료의 핵심 중 하나”라며 “우리는 UNC라인버거종합암센터와 1,022명의 환자의 의료기록을 분석하는 실험을 했는데 무려 335명에 대해 의사가 찾아내지 못한 훨씬 더 적절한 치료법을 찾아냄으로써 이 시스템의 가치를 찾아냈다”고 말했다.
아직 국내에는 도입되지 않았지만 임상이 필요한 환자와 병원을 서로 연결해주는 ‘크리니컬 트라이얼 매칭’도 IBM 왓슨헬스가 주력하는 분야다. 노든 박사는 “임상에 참여하면 좋을 것 같은 환자는 많지만 실제로 참여하는 비율은 1% 수준에 그치는데 환자와 병원·제약사 간의 정보 미스매칭때문”이라며 “왓슨은 환자의 의료기록을 읽음으로써 세계 어딘가에서 열리고 있는 최적의 임상시험을 소개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노든 박사가 거듭 강조한 것은 협업의 중요성이었다. 그는 “2015년 시작된 왓슨헬스는 불과 2년도 되기 전에 1만 명의 환자와 협업 파트너를 확보했다”며 “인류적으로 시급한 건강·보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협력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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