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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5년]<4·끝-그늘도 있었다>車·부품 수출 빼면 對美 흑자 고작 35억弗

상위 10개 중 증가품목은 5개

전자제품은 되레 수출 뒷걸음질

5년새 대미 흑자 두배 늘었지만

車·부품 현지생산 인한 착시효과

컨테이너 전용부두인 인천송도신항 선광터미널에 미국 등지로 수출될 컨테이너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경제DB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만 늘린 ‘나쁜 무역협정’으로 몰아세운다. 일부 수출품목에 대해서는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며 통상 규제의 칼날을 빼 들기 시작했다. 재협상까지도 거론하며 압박한다. 그러나 미국의 거센 압박과 달리 한미 FTA는 한국에도 그늘을 드리웠다. 지난 5년간 대미 무역흑자가 두 배가량 늘었다지만 그중 85%가 자동차와 관련 부품 산업에 쏠릴 만큼 ‘편식’이 심했다. 지난해 기준 233억달러나 되는 대미 상품 무역흑자에서 자동차 관련 산업을 뺄 경우 흑자는 35억달러로 크게 쪼그라든다. 더욱이 이들 제품 열에 여덟은 국경은 넘지만 사실상 계열사 간에 이뤄지는 내부거래라 무역수지 흑자에 ‘착시효과’가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미 수출 상위 10개 품목(HSK코드 2단위로 분류) 중 한미 FTA가 발효되기 직전인 지난 2011년보다 수출이 늘어난 상품군은 5개에 불과했다. 수출 증가분 중 특히 자동차 산업 편중이 심했다. ‘철도 또는 궤도용 이외의 차량 및 그 부분품과 부속품’ 수출이 유독 증가했다. 2011년 136억6,000만달러에서 지난해 218억5,000만달러로 81억9,000만달러(60%)나 늘었다. 같은 기간 늘어난 전체 수출액(102억5,000만달러)의 79.9%에 달한다.

실제 우리나라의 다른 주력 품목의 경우 수출 증가율이 미미하거나 되레 뒷걸음질했다. 자동차와 더불어 우리 수출산업의 양 축인 전자제품은 오히려 수출이 축소했다. 한미 FTA 발효 이전 141억3,000만달러였던 ‘전기기기 및 부분품’ 대미 수출액은 지난해 137억4,000만달러로 3억9,000만달러(2.8%) 감소했다. 유기화학제품은 14억6,000만달러에서 9억8,000만달러로 32.9%(4억8,000만달러)나 급감했다. 철강 관련 제품도 완제품 수출은 늘었지만 중간재 등에서 수출이 줄어 전체적인 수출이 감소했다. 한미 FTA로 전자제품은 ‘덕’보다는 ‘실’이 컸던 것이다. 그나마 보일러 등 기계류나 플라스틱제품, 광학기기 등 정밀기기 등에서 수출이 개선되면서 자동차를 제외한 주력 품목의 빈자리를 채웠다.



미국의 주장과 달리 우리나라의 대규모 무역수지 흑자에는 ‘착시현상’이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을 이끌고 있는 자동차 관련 품목의 경우 현지에 생산공장을 세워놓은 글로벌 완성차 기업의 계열사 간 이뤄지는 ‘기업 내 수출’이다. 미국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미 수출 중 자동차 제품의 기업 내 수출 비중은 80%(2014년 기준)에 달한다. 국경을 넘은 수출이 아니라 사실상 내부거래 성격의 수출일 뿐이다. 미국 시장에 내다 팔기 위한 수출이 아니기 때문에 온전한 무역흑자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시각이다. 국제수지에 정통한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대미 무역흑자가 많기는 하지만 글로벌 기업의 내부거래가 대부분으로 사실상 숫자가 부풀려졌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속사정이 이럼에도 전체 대미 무역흑자가 크게 늘었다는 이유로 미국의 ‘한국 때리기’가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로버트 라이시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내정자는 14일(현지시간) 미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한국을 멕시코와 더불어 “대표적 무역 흑자국”이라고 지목했다. 한미 FTA가 ‘무역 불공평’이라는 주장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두고 한미 FTA가 위기에 빠졌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정부도 자동차 산업에만 편중된 한미 FTA의 실상을 설명하고 미국 통상당국의 압력을 차단하는 근거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 측에 이를 충분히 설명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자동차 부품 산업의 현지생산 등을 통해 기술적으로 대미 무역흑자 폭을 줄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대미 무역흑자의 착시현상을 미국 측에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시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정책대학원 교수는 “무역흑자가 크다고 하지만 대부분이 글로벌 기업의 기업 내 수출이라는 점은 우리 국민경제에도 큰 과실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미국 측에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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