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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가는 신입사원…대한민국 미래가 어둡다

청년들 첫 직장 입사 점점 늦어져

작년 입직연령 23.6세, 대졸은 27세에 육박

돈버는 시점 늦어지며 생활비 등 대출도 증가

결혼·주택구입 시기도 덩달아 지연돼

“노동시장 문제 해소, 복지강화해야”

서울 신촌의 한 대학에 붙은 채용 게시판을 한 취업준비생이 바라보고 있다. /서울경제DB




#1. 서울 소재 사립대를 나온 김모(27)씨는 대기업 해바라기다. 한때 ‘중소기업에서 회사생활을 시작한 뒤 대기업으로 이직할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중소기업 다니다가 대기업으로 갈 수는 없다”는 주변 얘기를 들은 뒤부터 중소기업을 쳐다보지 않는다. 김씨는 “30대 중반 결혼을 가정할 때 서른 살 이전에만 취직해도 결혼 전에 어느 정도 기반을 갖출 수 있다”며 “무조건 대기업 입사만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2. 지방의 한 국립대 경영학과를 2007년에 졸업한 박모(36)씨는 11년째 수험 공부를 하고 있다. 그동안 사법·행정고시에서부터 7~9급 공무원 시험에 이르기까지 안 본 시험이 없을 정도다. 부모의 도움으로 일을 하지 않고도 공부를 계속 할 수 있었지만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가 된 지 오래다. 박씨는 “공부한 게 아까워 ‘1년만 더, 1년만 더’하다가 여기까지 왔다”며 “중소기업이라도 들어갈까 싶다가도 다시 수험 서적을 펼친다”고 토로했다.



김씨나 박씨처럼 취업을 미루는 청년들이 늘어나면서 첫 입사 나이인 입직(入職) 연령은 지난 10여년간 거의 예외 없이 올라갔다. 이는 개인은 물론이거니와 우리 사회 전반에 여러 가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생산력을 감소시키는가 하면 소비력도 위축시킨다. 결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정부가 지난 10여년간 80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어 끌어올리려 한 출산율이 되레 떨어졌다. 출산율 하락은 다시 생산력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청년들이 첫 직장에 들어가는 나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입직(入職) 연령이 상승하는 요인은 극심한 취업난 때문만이 아니다. 고용시장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양분돼 있어 젊은이들이 더 나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취업을 미루며 나타나는 현상이다. 문제는 생산력 감소, 소비 위축, 만혼(晩婚) 증가, 출산율 저하 등의 악순환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18일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구직자들의 지난해 첫 직장 입사 나이는 만 23.6세로 12년 전인 지난 2004년(22.5세)보다 1.1세 높아졌다. 2007년 23세로 올라선 입직 나이는 2011년 23.5세에 이르는 등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통계청이 산출한 첫 직장 입직 연령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 관계자는 “입직 연령은 대졸뿐 아니라 전문대졸·고졸 취업자 전체의 평균치라 언뜻 보기에는 별로 높지 않다고 생각되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하면 3.5세가량 높은 수치”라며 “대졸 취업자들만 따로 놓고 보면 입직 연령이 3~4세는 더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노동연구원은 대졸자 입직 연령을 26~27세로 추산하고 있다.



첫 입사가 늦어지면서 청년들에게도 경제적 부담이 늘어난다. 학자금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생활비 등으로 추가 대출을 받아 빚의 늪에 빠지는 모양새다. 신한은행 빅데이터센터에 따르면 20대에 학자금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53.9%는 생활비와 교육비를 충당하기 위해 추가로 대출을 받았다. 특히 학자금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대출받는 금액이 늘어났다. 학자금대출을 받은 해의 평균 대출액은 355만원이지만 이후 1~3년 내 1,374만원, 4~5년 내 1,396만원, 6년 이후 2,841만원으로 급증했다.

대출 목적이 첫해에는 학자금과 교육비 41.5%에 생활비 29%였으나 6년 이후에는 주택자금 마련 45.2%에 생활비 24.7%였다. 돈을 버는 시점이 늦어지면서 생애주기별로 필요한 돈을 계속해서 대출로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취업·창업 이후 학자금대출을 상환하는 20~30대는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꾸준히 대출을 쓰고 있다”며 “학자금대출로 시작한 20~30대는 경제적으로 기반을 잡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입직 연령 상승의 영향으로 결혼과 거주지 마련 나이도 늦어지고 있다. 평균 결혼 연령은 과거 30년 전보다 5년 이상 늦어졌으며 첫 부동산 구입 연령도 1990년대 29세에서 현재 35세로 6년가량 높아졌다. 게다가 결혼자금을 마련하거나 부동산을 구입하기 위해 빚을 내는 사례도 늘었다. 3년 내 결혼 경험자 가운데 결혼자금으로 대출을 이용한 비율은 25.2%에 달했다. 첫 부동산 구입 시 대출을 활용하는 비중도 지난 1990년대 이전은 31.9%였으나 2010~2016년에는 49.3%로 커졌다.



국가적으로는 노동력 감소로 직결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는 올해부터 감소한다. 첫 입사가 늦어지면 구매력은 떨어지게 된다. 내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경제적 기반이 늦게 갖춰지다 보니 혼인 연령도 덩달아 높아진다. 이는 가뜩이나 세계 최저수준인 출산율을 더욱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한국의 허리를 휘청거리게 하는 셈이다.

백웅기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늦은 취직은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각종 지원책으로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그 결실이 임금격차 해소로 이어져야 입직 연령이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앞선 정부는 학제개편 등을 통해 입직 연령을 인위적으로 낮추려 했다. 참여정부는 초등학교 과정을 1년 단축하는 방안을, 이명박 정부는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1년 낮추는 정책을 각각 검토했다. 하지만 적게는 수조원에서 많게는 십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비용과 각종 혼란 등을 이유로 실현되지 않았다.

대신 고용노동부 등은 선취업 후진학, 일학습병행제 활성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입직 연령을 1세 낮추면 고용률은 4% 정도 올라간다는 한국폴리텍대학의 분석도 정부 정책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고용시장 경직성과 노동시장 격차가 청년들이 취업을 미루는 주된 요인이다 보니 입직 연령을 낮추기 위해서는 고용·노동시장 문제점을 먼저 해소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실무능력 중심의 채용제도를 확고하게 구축하면 구직자들은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실무능력 함양을 위한 취업 자체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며 “정부는 중소기업 근로자 및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 안전망과 복지혜택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임지훈기자 조권형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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