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 네이버가 3대 연예기획사 중 한 곳인 YG엔터테인먼트에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전격 단행한다. 투자가 마무리되면 네이버는 YG엔터테인먼트 지분 9.14%를 확보하면서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이번 투자로 네이버는 유명 연예인들이 포진한 YG엔터테인먼트의 한류 콘텐츠를 확보하고 YG엔터테인먼트는 ‘브이 라이브(V-LIVE·이하 브이)’ ‘스노우’ 등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네이버 플랫폼을 등에 업고 세계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는 17일 이사회를 열어 YG엔터테인먼트에 500억원을 직접투자하고 YG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YG플러스가 운영하는 YG인베스트먼트펀드에 500억원을 출연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투자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는 콘텐츠 강화를 통해 유튜브·넷플릭스 등 세계 주요 정보기술(IT) 기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네이버의 글로벌 전략이 담겨 있다.
네이버는 지난 2015년 7월부터 인기 연예인 개인 방송인 브이를 운영하고 있다. 인기 연예인 개인 방송에서 시작한 브이는 최근에는 쇼케이스·뷰티·웹드라마 등 더욱 다채로운 콘텐츠를 전 세계 한류 팬들에게 소개하며 한류 콘텐츠 중심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칸영화제의 ‘아가씨’ 현장 스팟 라이브와 인피니트 앨범 프리뷰, 비투비 신곡 등을 최초 공개하며 짧은 시간 내에 강력한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았다.
YG엔터테인먼트는 지드래곤 등 소속 연예인이 현재 전 세계 K팝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으며 연예 매니지먼트에서 나아가 다양한 디지털 음원, 영상 콘텐츠 제작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YG인베스트먼트 펀드를 조성해 국내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생태계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며 다양한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YG엔터테인먼트의 소속 연예인을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가 브이·라인·스노우 등 네이버의 플랫폼을 통해 해외 이용자에게 공급되는 방식으로 긴밀한 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번 투자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다양한 단독 콘텐츠 확보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투자 결정에는 이날 대표로 정식 선임된 한성숙 대표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한 대표는 2015년 1월부터 네이버 서비스총괄이사를 맡으며 브이 출시를 진두지휘했다. 스스로 브이가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독자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만큼 취임 후 첫 행보로 YG엔터테인먼트 투자에 전격 나섰다는 분석이다.
네이버는 이날 투자를 시작으로 앞으로 5년간 국내 콘텐츠와 기술 분야에 총 5,000억원 이상을 투자해나갈 계획이다.
박선영 네이버 브이&엔터 CELL 리더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는 브이·스노우 등 서비스와 YG엔터테인먼트의 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네이버는 이번 YG에 대한 투자를 시작으로 더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관련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강화해 다채로운 신규 콘텐츠와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포털이 콘텐츠 확보 차원에서 연예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이미 선례가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1월 가수 아이유의 소속사로 유명 음원 서비스 ‘멜론’을 거느린 로엔엔터테인먼트를 1조8,7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카카오도 로엔 소속 연예인을 자사 동영상 서비스에 독점 출연시키는 등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양사록·연승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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