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분기부터 제2금융권인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은 고위험대출을 할 때 충당금을 최대 30%포인트 더 쌓아야 한다. 정부가 1,300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규모로 늘어난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제2금융권에 대한 규제 수위를 높인 것이다. 하지만 충담금을 더 쌓아야 하는 2금융권이 대출 여력을 줄이거나 금리가 높일 우려도 있어 대출을 못 받는 사람들이 대부업 등으로 내몰려 또 다른 ‘풍선효과’가 발생할 우려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19일 ‘제2금융권 건전성 관리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계획에 따라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여전사 등은 고위험대출에 대해 자산건전성 규정이 강화된다.
대책에 따라 저축은행은 고위험대출에 대한 추가 충당금 적립률이 20%에서 50%로 상향된다. 이 규정은 내년 1월 적용될 예정이었지만 최근 늘어나는 2금융권 가계대출을 잡기 위해 정부가 6개월 앞당겨서 시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은 금리 22%로 1,000만원을 대출하면 현행(200만원)보다 100만원(200만원 x 50%) 더 대손충담금을 적립해야 한다. 상호금융도 3억원 이하, 요주의 이하 대출에 대해서 충담금을 20% 적립했지만 앞으로는 2억원 이하, 정상 및 요주의 이하 대출에 대해서 충담금을 30% 쌓아야 한다. 카드사도 2개 이상 카드론을 이용하는 다중채무자에 대해 추가 충담금을 30%까지 적립하는 규정이 신설된다. 금융위는 이달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여전사에 대한 감독규정 변경을 예고(40일)하고 2·4분기 중에 규제개혁위원회 심사와 금융위원회 심사를 거쳐 새 규정을 시행할 방침이다.
규제강화는 늘어나는 가계부채를 잡기 위한 조치다. 지난해 기준 가계대출은 1,344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4·4분기에 1금융권으로 불리는 예금은행의 대출액 증가 폭은 13조5,000억원으로 3·4분기(17조2,000억원)에 비해 줄었는데 반해 제2금융권인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대출은 13조5,000억원으로 은행과 맞먹는 수준으로 늘었다.
특히 지난해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여전사들의 대출증가액은 44조8,000억원으로 2015년(23조7,000억원)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 상호금융(34조4,000억원) 대출이 급증했고 저축은행(4조6,000억원), 여전사(5조8,000억원)도 대출이 늘었다. 정부가 가계대출을 관리하기 위해 지난해 은행권에 대출 심사를 까다롭게 보는 ‘여신심사가이드라인’을 적용하자 2금융권 대출이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2금융권 대출을 죄는 이번 조치는 사실상 대출 총량 규제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들이 충담금 적립을 더 해야 하기 때문에 대출을 할 여력이 줄어든다. 높아진 대출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대출 금리를 높일 가능성도 있다. 최근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에 맞춰 국내 시중 금리도 뛰는 상황인데 규제가 강화되면 2금융권 대출 금리가 더 뛸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번 조치에서 금융위는 각 금융권별로 고위험대출자에 대한 규정을 명확히 했다. 저축은행과 캐피탈사는 20%이상 대출, 카드사는 복수의 카드대출 이용자로 정했다. 저축은행이나 카드론으로 돈을 빌리는 대출자들 상당수가 고위험대출자인데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는 부담에 2금융권이 대출을 줄이면 이들이 금리가 더 높은 대부업 대출을 받는 또 다른 풍선효과가 생길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4·4분기 상호금융 뿐만 아니라 고금리로 대출하는 대부업체 등이 있는 기타금융중개회사 대출 증가액은 4·4분기에 8조5,000억원이나 뛰었다.
금융위는 이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정책서민금융을 늘릴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책서민금융 공급액을 지난해 5조7,000억원에서 올해 7조원으로 확대할 방침”이라며 “10% 내외의 중금리대출인 사잇돌대출 공금규모도 1조원에서 2조원으로 늘리고 취급기관도 은행과 저축은행에서 상호금융으로 넓히겠다”고 말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