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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안전사회로 가는 디딤돌

구본기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장





“치료하려고 약을 먹었는데 오히려 부작용이?”

의약품 부작용에 따른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을 주변에 소개할 때 자주 접하는 반응이다. 구제 범위가 사망·장애보상금·장례비·진료비까지 포함한다고 하면 놀라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복용한 약이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납득하기 어렵다. 하지만 치료 효과와 부작용을 동반하는 것이 바로 약의 본질이다. 약을 복용한 후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위해성)보다 기대할 수 있는 치료 효과(유익성)가 크다면 전문가의 판단과 엄격한 관리하에 선택하는 것이다. 실제 만성질환 등으로 오래 투병한 환자들은 치료제로 인한 각종 부작용에 시달리곤 한다. 전문가의 지시에 따라 복용을 중단하거나 다른 약으로 교체하면 서서히 사라지는 가벼운 부작용이 대다수지만 드물게는 사망이나 심각한 장애에 이르기도 한다. “모든 약은 묘약인 동시에 독약”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약품을 정상적으로 처방·조제·투약했음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부작용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 국가가 보상하는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제도’를 지난 2014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피해구제 접수부터 피해조사, 인과성 평가 및 보상금 지급 관리 등 업무는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이 맡고 있다.



의약품 부작용 피해자 또는 유족이 피해구제 급여 신청서와 진단서 등 피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의약품안전원에 제출하면 부작용의 발생 원인에 대한 전문적인 조사가 진행된다. 피해자가 소송 등을 통해 피해 사실을 입증하는 어려움을 덜어주는 것은 물론 전문가의 조사·평가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규명할 수 있다. 제도 운영에 필요한 예산은 정부와 제약업계가 분담하는 구조로, 지난 연말까지 총 48건의 피해에 대해 20억원의 보상금이 지급됐다. 특히 올해부터는 부작용 치료에 소요된 진료비 본인부담금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

시행된 지 2년밖에 안 됐지만 이미 유용한 사회 안전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의약품 부작용 피해를 입은 한 유족은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것은 무엇으로도 보상할 수 없지만 원인이 약의 부작용 때문이라는 사실을 국가의 도움으로 알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물론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약 때문에 부작용이 발생한 것인지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이 보강돼야 한다. 또한 의료기관 및 유관기관의 적극적인 협조가 뒤따라야 한다.

무엇보다 정당한 피해구제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제도에 대한 소비자들의 폭넓은 이해가 요구된다.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제도는 ‘정상적으로’ 의약품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발생한 부작용 피해를 사회적으로 보상하는 제도로 의료 과실과는 무관하다. 의료 현장에도 이런 인식이 확산됨으로써 피해 규명과 보상 절차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사회적 연대의식에 뿌리내린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제도가 불의의 피해자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는 데서 더 나아가 안전한 사회로 가는 디딤돌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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