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의 과실이 선순환하는 ‘포지티브 섬 사회를 이루기 위해 규제·교육·노동 등 전방위적 구조개혁에 나서야 합니다.”
김준경(사진)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지난 22일 우리 사회가 계속 저성장할 경우 누군가의 부가 증가하면 이는 다른 이의 부의 손실로 귀결되는 ‘제로섬 사회’가 될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이날 KDI 국제정책대학원 개교 20주년 기념 명사특강 시리즈에 첫 번째 연사로 나서 ‘21세기 한국경제의 혁신방향: 도전을 기회로’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김 원장은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 대비 이자비용)이 1 미만인 이른바 좀비기업의 수가 전체의 15%에 달하고 높은 규제로 투자 여건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1990년대부터는 소득분배가 악화하고 세대 간 격차가 벌어지면서 사회통합마저 저하되고 있다고 김 원장은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에 미국 등이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은 제대로 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위기를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원장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새 비즈니스 출현, 단순·반복 업무 수행 능력에 대한 수요 감소 등 노동 수요의 변화, 기업·국가 간 경쟁 격화 등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규제와 교육·노동 등 전방위적 구조개혁이 절박하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포지티브 규제의 네거티브 전환, 사후규제 적극 활용, 개인정보 활용과 비식별 정보의 유통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KDI의 분석에 따르면 2012년 화장품법을 개정해 사용 가능 원료 목록 폐지 등 네거티브 규제로 바꾸자 화장품산업의 생산이 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원장은 기업·산업 구조조정을 신속히 추진하되 해고된 근로자를 위한 실업급여와 직업훈련제도 등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짜는 것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경제 한계기업의 자산 비중이 15%에서 10%포인트 감소하면 고용이 11만명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부실기업을 정리해 자원을 재분배하면 고용 및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 경제가 종합적으로 구조개혁을 동시에 추진할 경우 향후 10년간 잠재성장률이 1.25%포인트 제고돼 1인당 국민소득은 미국의 72% 수준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측됐다.
그는 “정보기술(IT)과 인공지능(AI)의 발달로 근로 방식과 행태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며 “이직·전직을 용이하게 하는 노동시장 구조개선과 함께 연공서열의 경직적 임금체계를 직무 및 성과급제로 전환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미래 세대의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혁신, 포용적 성장을 위한 중소기업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 등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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