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세론 우짜겠능교…”
보수의 텃밭인 부산·울산·경남(PK)의 민심은 지난 18대 대선과 확연하게 바뀐 분위기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분당을 겪으며 ‘이번만큼은 어쩔 수 없다’는 바닥 정서가 깔렸다.
하지만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반감인 ‘반문(反文) 정서’도 상당했다. 19대 총선에서 ‘낙동강 벨트’를 이끌었던 문 전 대표지만 반감 기류로 지역 특혜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부산은 대선을 앞두고 세대 간 표심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20~30대 젊은 층은 문 전 대표를 지지하는 반면 50~60대 이상 중장년층은 문 전 대표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23일 부산 시내에서 만난 시민들은 문 전 대표의 대세론과 그가 내세운 ‘정권교체’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세대 간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남포동 비프(BIFF)광장에서 노점상을 하는 60대 여성 이모씨는 “30대 초반 아들과 20대 후반 딸이 있는데 모두 문재인의 열성 팬”이라며 “어른들(50~60대 이상)은 문재인을 싫어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찍어줘야 한다고 얘기한다”고 전했다.
문 전 대표의 강한 주장과 ‘친문 패권’에 대한 반감 탓에 중장년층의 반문 정서도 제법 강했다. 진보 성향의 50대 남성 김모씨는 “이번에는 확 바뀌어야 한다”며 “안희정이 나오면 찍겠지만 문재인이 나오면 안 찍겠다”고 말했다. 중도 성향의 50대 여성은 “문재인이 (민주당 후보가) 되면 부산하고 인연이 있으니 어쩔 수 없겠지만 문재인처럼 설치는 정치인한테는 정이 안 간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에 대한 불만에도 불구하고 대세론을 인정하는 것은 ‘찍을 만한 보수 후보가 없다’는 정서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책임당원이라고 소개한 70대 택시기사 전모씨는 “부산과 경남에서는 홍준표가 (한국당 후보가) 될 것으로 본다”면서도 “문재인은 싫지만 홍준표 혼자 이기는 것은 힘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전씨는 전날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국당 경선 토론회에 가지 않았다며 “요즘 같아서는 당 행사에 갈 기운이 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부산 지역구 의원들이 많은 바른정당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았다. 이씨는 바른정당에 대해 “관심이 안 간다. 누가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밝혔고 김씨는 “존재감이 별로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부산=류호기자 r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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