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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보이스' 백성현, "'장혁+인생작' 얻어…내게는 자랑하고 싶은 작품"

“복근이요? 지난 여름에 다 녹았죠”(웃음)

감독님에 대한 무한 신뢰로 탈의를 했을 뿐 절대 몸에 대한 자신감은 아니었다고 손사레를 치는 백성현은 배우 23년차의 내공이 고스란히 담긴 듯 대답 하나하나마다 유쾌하면서도 유려한 말솜씨를 자랑했다. 그리고 그 끝에는 항상 드라마 ‘보이스’를 향한 애정이 뚝뚝 묻어났다.

아직 20대인 배우에게 감히 ‘인생작’이라는 표현으로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분명한 것은 드라마 ‘보이스’를 통해 백성현은 배우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것이다.

배우 백성현이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오훈 기자




지난 12일 종영한 OCN 드라마 ‘보이스(극본 마진원, 연출 김홍선)에서 백성현은 무진혁(장혁 분)의 친동생 같은 존재이자 성운경찰서 형사 심대식 역을 맡았다. 특히 후반부에서 연쇄살인마 모태구(김재욱 분)의 공범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후반부 전개의 중심키를 틀어쥐는 인물이기도 하다.

“마지막에 뭔가를 보여드려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끝까지 집중을 놓을 수가 없었어요. 처음부터 제가 공범이 될 것이라는 걸 알고 시작했거든요. 감독님과 (장)혁이 형과 함께 장면에 대해 고민도 많이 했고, 촬영도 다양한 버전으로 찍어가며 준비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초반에 심대식이 범인이라고 추측하시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마피아 게임을 하는데 바로 발각된 기분이었어요”

초반부터 자신에게 무언가 비밀이 있을 것임을 간파한 몇몇 시청자들의 지적에 백성현은 적지 않게 당황했다. 심지어 자신의 팬은 드라마 속 음성변조 톤을 조절해 그의 목소리를 찾아냈다고. 하지만 그럴수록 백성현은 감독과 작가의 힘을 믿고 캐릭터에 집중했다. 그렇다면 그가 바라보는 심대식이라는 인물의 포인트는 어디에 있었을까.

“혁이 형과의 브로맨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형밖에 모르는 바보처럼 무진혁을 향한 무한한 신뢰와 애정을 드러내려고 했어요. 그리고 대식이라는 인물의 배신에 설득력을 주려고 노력했어요. 대식이도 결국은 평범한 사람이잖아요. 겁나고 무서웠을 거예요. 그런 인간적인 캐릭터를 보여드리려고 했죠”

배우 백성현이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오훈 기자


그의 언급처럼 대식은 시종일관 무진혁의 뒤를 그림자처럼 따르며 ‘찰떡 케미’ 브로맨스를 선보인 인물. ‘보이스’ 출연 이유에 배우 장혁이라는 이름이 적지 않게 작용했을 만큼 실제로도 백성현은 ‘혁바라기’ 모습 그대로였다.

“그동안 형님이 많은 작품을 할 수 있었던 건 매 작품마다 치열하게 고민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래서 다들 ‘장혁, 장혁’하는구나 싶었죠. 장르물도 처음이고 어느 정도까지 연기의 농도를 가져가야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형님이 ‘나라면 이렇게 할 것 같다’고 이끌어주신 부분들이 많아요. 어떻게 반응을 해야할지, 어떻게 심리를 건드려줘야 할지 같은 연기 포인트들을 잘 잡아주셨죠”



특히 15회에서 할매집에서 권총을 놓고 대립하는 두 사람의 장면은 단연 명장면으로 손꼽힌다. 극중 대식과 진혁의 추억이 서려있는 할매집으로 장소가 바뀌면서 더욱 몰입했다는 백성현은 “나는 형처럼 강하지 않아”라는 대사처럼, 그 한 장면 안에 인간으로서 가지는 두려움과 서러움, 세상을 향한 분노가 뒤엉킨 복잡한 대식의 감정을 쏟아냈다. 인터뷰 중에도 답변을 위해 그 당시를 회상하던 백성현은 금세 그때의 감정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혁이 형님과는 이 장면에 대해서 미리 그림을 그리고 있었어요. 형님이 생각하는 부분과 대치점도 있어서 같이 토론도 많이 했고요. 그날 감독님이 갑자기 ‘대식아 이게 마지막일 것 같아. 네가 가진 걸 다 보여줘야지’라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제가 할 수 있다는 걸 믿어주신 것 같아요. 그 말씀에 잠시 바람을 쐬면서 생각을 정리했어요. 혁이 형님도 ‘계산하지마 그냥 보여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순간 저 역시 모든 걸 내려놓고 감정 하나하나에 몰입했던 것 같아요. 그때의 몰아치는 감정 덕분에 오히려 모태구와의 만남은 수월했어요”

배우 백성현이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오훈 기자


초반 다소 적었던 분량에도 대식이라는 캐릭터가 이토록 강렬한 잔상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 어디에서나 당당하고 강한 무진혁과 모든 사람을 자신의 발아래 두고 있는 사이코패스 모태구 사이에서 대식은 죽음의 공포와 직면한 ‘진짜 사람’이 가진 원초적인 면모에 가닿는다.

“내가 형사라는 위치 이전에 죽음에 대한 공포감을 가감 없이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살려주세요’라는 말도 그런 지점에 닿아있죠. 그 가운데 작가님이 써주신 대사에 ‘여기서 그 불쌍한 사람들 죽인거냐’고 묻는데 그래도 마지막까지 희생자들을 생각하는 형사였구나 싶더라고요. 그 순간 굉장히 울컥 했어요. 저도 모르게 ‘지옥에서 보자 개XX야!’소리가 절로 나왔죠. 종방연 때 (김)재욱 형님도 그때의 감정 덕분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고 칭찬해주시더라고요”

장혁과 김재욱이 가진 명확하고 강한 캐릭터 사이에서 끝까지 감정을 가져갈 수 있었다고 감사를 전한 백성현은 나머지 몫은 시청자들의 사랑으로 돌렸다. 진즉에 죽었을 수도 있는 대식이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대식을 살리라고’ 한 목소리를 내줬던 시청자들의 공이 컸다.

그만큼 장르물 도전이라는 의미 외에도 시청자들에게 캐릭터로서의 생명력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백성현에게 ‘보이스’는 남다른 의미로 남았다. 이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나아갈 수 있는 강력한 추진체를 얻은 백성현은 앞으로 만날 많은 작품에 더욱 기대를 걸어본다.

“존경하는 형부터 캐릭터까지 많은 것을 얻은 작품이에요. 사실 지금까지 대표작이라는 게 없었거든요. 여러 작품을 했지만 캐릭터로서 하나의 축을 담당했다기에는 아쉬운 부분들이 많았죠. 공중파처럼 높은 시청률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 작품을 보신 분들에게는 오랫동안 ‘대식이’로 기억될 수 있는 작품이지 않나 생각해요. 분명 이 작품이 앞으로 다양한 연기를 하는 데 많은 힘이 되어줄 것 같아요”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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