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법 충주지원 형사2단독 황병호 판사는 지적 장애인에게 임금도 제대로 주지 않은 채 막노동을 시키고 수당 등을 빼앗은 혐의(준사기)로 기소된 A(59) 이장에게 23일 징역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고 밝혔다. 황 판사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점을 악용해 오랜 기간 최저임금에도 한참 못 미치는 급여를 주고 토마토 농장에서 일을 시키는 등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은 피해자가 자신을 위해 열심히 일했는데도 신뢰관계를 이용해 국가가 지급하는 장애인 수당까지 편취했다”면서 “수사가 시작되자 전액을 돌려줬지만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A 이장의 초등학교 후배인 B씨는 1985년 충주댐 건설로 고향 집이 수몰돼 A 이장 집 인근으로 이사했다. B씨는 20여년 전 부인이 가출한 뒤 혼자 살았고 A씨가 일을 시키면서부터는 집에서 자는 시간을 빼면 A씨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A 이장은 2004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B씨에게 매년 100만~250만원 수준의 임금만 주고 자신의 방울토마토 재배 하우스에서 일을 시켰다. A 이장이 13년간 B씨에게 지급한 임금 총액은 2,740여만원에 불과했다.
A 이장은 B씨가 자신의 이름도 쓰지 못하고 간단한 셈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적 장애가 심한 점을 노리고 2011년부터 8차례에 걸쳐 B씨로부터 8,763만원 상당의 장애인 수당과 생계·주거 급여를 가로챘다. A 이장은 가로챈 돈 가운데 2,500만원은 5년 전에 갚았고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나머지 돈도 이자까지 모두 갚았다. 경찰과 검찰은 돈을 모두 갚은 점과 폭행 같은 학대 행위가 없었던 정황을 고려해 A 이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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