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뇌물’ 혐의를 적용해 27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대선 개입 우려에서 전격적으로 이날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대선판을 흔들 이슈를 만든 셈이 됐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이날 밝혔다. 특수본은 “공범인 최순실과 지시를 이행한 관련 공직자들뿐만 아니라 뇌물공여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까지 구속된 점에 비춰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반한다”고 밝혔다. 이는 김수남 검찰청장이 언급한 ‘법과 원칙에 충실하겠다’는 원칙과도 부합한다.
특수본은 앞서 특별검사팀의 뇌물죄를 수용했다. 애초 검찰은 지난해 ‘1기 특수본’ 수사에서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공모해 대기업들로부터 강압적으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직권남용과 강요 등 혐의를 적용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삼성 측이 건넨 출연금에 대해 뇌물 혐의를 적용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은 강부영 영장전담판사 심리로 오는 30일 오전10시30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어 구속 여부를 판단한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 구속 여부는 31일 새벽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이 40여일 남은 대선에 미칠 영향도 관심을 모은다. 자유한국당은 동정론을 통한 지지층 결집을 노리고 있다. 옛 여권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의 안위는 더 이상 친박계의 관심사가 아니다”라며 “표를 끌어모으는 데 도움이 된다면 박 전 대통령이 실제로 구속돼도 나쁠 게 없다는 것이 보수층의 속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정권교체의 명분이 한층 확고해졌다는 판단 아래 중도 보수층의 표심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의당 경선에서 ‘문재인 대세론’을 위협할 만한 ‘안풍(安風)’이 휘몰아치면서 대선정국은 예측불허의 판세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진동영·나윤석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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