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이후 21세기 혁신의 아이콘인 일론 머스크는 로켓의 개념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는 중이다. 지금까지의 우주발사체용 로켓은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개념이었는데 이를 재사용이 가능한 개념으로 탈바꿈하더니 어느덧 현실로 보여주고 있다. 한국시간으로 지난주 금요일인 3월 30일에 스페이스X의 로켓 팰컨 9이 기어이 재사용로켓으로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하여 재사용 상업용 발사체 시대를 열었다. 대단하다. 이 로켓의 1단은 지난 해 4월 우주정거장에 화물운송을 할 당시 사용되었던 로켓의 일부이며 바다 위 플랫폼에 수직으로 착륙한 바 있다. 우주발사체에서 가장 비싼 1단 로켓부분을 안전하게 회수한 이래 재사용을 위해서 여러 준비단계를 거쳐 왔던 것이다.
이번에 팰컨9 로켓에 의해 발사된 인공위성은 SES사에서 라틴아메리카 지역에 사용하기 위한 통신위성인 SES-10이다. 공교롭게도 SES는 2013년 팰컨9 로켓의 최초 상용 고객이었다. 그 이전까지의 고객은 NASA가 유일했었기 때문이다. 이번 재사용 발사체에 의한 최초 고객은 또다시 SES가 되었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서 온라인 발사비용으로 알려진 6,200만불 (약 700억원)에서 할인을 해 주었다고 하는데 정확한 할인금액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번에 사용된 발사대는 역사적인 ‘케네디 발사대 LC-39A’로서 1969년 인류 최초의 달 착륙을 위한 아폴로11호 발사에 사용된 바 있다. 전 세계인들에게 달 착륙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하는 절묘한 선택이다.
일론 머스크는 2002년 스페이스X를 설립하면서 처음부터 재사용 로켓 개발을 목표로 정했다. 15년 만에 그 목표가 이루어진 것이다. 축하할 일이다. 스페이스X에 의하면 9개 엔진을 묶어서 사용한 1단의 로켓은 통상 전체 발사비용의 약 3분의 2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 회사는 비싼 1단 로켓의 착륙 및 회수시스템을 개발하는데 약 10억 달러 (한화 약 1.1조원)을 투자했다고 한다. 이제 이 1단 로켓을 계속해서 재사용하게 된다면 인공위성 발사비용이 기존의 10분의 1까지도 내려갈 전망이며 스페이스X는 단연 향후 상업용 발사체시장을 석권하여 민간 우주산업의 패권을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
이제 재사용 로켓의 도래는 바야흐로 인공위성 운영자에게도 ‘어떤 일에서 결과나 흐름의 판도를 뒤바꿔 놓을 만한 중요한 역할을 한 사건’을 의미하는 ‘게임 체인저(game-changer)’라고 할 수 있겠다. 인공위성 발사에 대기하는 시간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경쟁력 세계 8위권으로 평가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우주개발중장기계획6대 중점과제 중 첫 번째는 ‘독자 우주개발 추진을 위한 자력발사능력 확보’다. 추진방향으로는 신뢰성 및 경제성 있는 우주발사체 독자 개발 추진이다. 하지만 4년 만에 이 과제의 추진은 역부족인 것처럼 보인다. 현재까지는 경제성은 엄두도 못 내고 신뢰성 있는 우주발사체 개발에도 힘이 부치고 있다. 한국형발사체 개발을 2020년 목표로 수정하면서 개발기간 단축을 위주로 급변경한 결과, 예산 지원 등 개발에 필요한 주변 환경은 좋아졌지만 핵심기술 개발에는 여전히 시간이 걸리고 있다. 예산, 인력, 정책 등 삼박자 지원에도 불구하고 핵심기술 개발에는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한 까닭이다.
달 탐사도 마찬가지다. 러시아, 미국, 일본, 중국, 인도 등 우주선진국은 발사체 및 인공위성 개발능력 확보 후에 곧바로 달 탐사 사업에 착수했다. 마치 달 탐사가 우주개발 자격증 취득으로 비쳐지는 모양새다. 달 탐사 사업이 우주개발 선진국 진입을 위한 자격시험처럼 여겨진다. 우리나라도 달 탐사를 추진하고 있다. 달 탐사 개발사업의 1단계 연구개발 목표는 550kg 급 ‘시험용 달 궤도선’을 국제협력 기반으로 개발 및 발사해, 달 탐사 핵심기술 확보 및 성능을 검증하는데 있다. 우리나라 최초로 시도하는 우주탐사 과제로서 NASA와의 국제협력을 통하여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시간과 예산 지원이다. 이미 달 탐사 사업의 착수 지연으로 인해서 NASA와의 한·미 달 탐사 협력 이행약정이 늦어졌고, 부족한 초기예산으로 예정된 일정 내에 달 탐사 궤도선의 개발 및 발사가 어려울 전망이다. 일정 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우주개발에는 스페이스X의 경우처럼 처음부터 명확한 비전과 목표제시가 필요해 보인다. 발사체 개발이나 달 탐사 계획을 핵심기술 개발 위주로 해서 첫 단추를 잘 꿰어야 스페이스X와 같은 혁신과 성공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허환일 충남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교수·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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