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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주 타깃된 2030 여성

사회경험 부족에 의심 적고

결혼자금 등 모아둔 돈 많아

작년 피해 사건 74% 차지





# 직장인 여성 C(28)씨는 지난해 12월 검사를 사칭한 D씨로부터 은행 계좌 명의가 도용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당시 2명의 다른 20대 여성도 D씨로부터 같은 내용의 연락을 받았다. 이들은 돈을 안전하게 금융감독원 직원에게 맡기라는 안내에 따라 돈을 인출했다. 그러나 이는 금융사기였고 3명이 사기범에게 넘겨준 돈은 5,000만여원에 달했다.

최근 20~30대 여성을 대상으로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 또는 금감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피해가 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젊고 똑똑한 여성들이 어처구니없이 이런 사기에 걸려드는 것은 사회 경험 미숙과 함께 혼자서 생활하고 판단하는 개인화 분위기의 부정적인 측면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5일 경찰청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수사기관이나 금감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피해가 총 2,922건 발생했는데 이 중 여성이 2,452건으로 84%나 됐다. 특히 20~30대 여성의 피해가 2,152건으로 전체의 74%였다. 지난해 보이스피싱을 당한 사람 4명 중 3명이 20~30대 여성이라는 말이다.

이들 20~30대 여성들의 피해금액은 총 175억원으로 전체 피해금액인 247억원의 71%를 차지했다. 특히 같은 또래(20~30대) 남성들의 피해액(19억원)에 비해 10배가 넘는 사기를 당했다.

전문가들은 20~30대 여성들이 보이스피싱의 주요 표적이 되는 것에 대해 사회 경험 부족에 따른 의심이 적다는 데서 이유를 찾고 있다. 그리고 남성에 비해 중요한 사건을 혼자서 판단하는 ‘몰입 효과’가 강하다고 봤다. 몰입 효과는 사기범이 급박하고 고압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경우 주변에 조언을 구하지 못하고 혼자서 개별 사건에 집중하는 현상을 말한다. 전반적으로 ‘혼밥’이나 ‘혼술’ 등으로 대표되는 사회의 개인화·파편화 과정에서 소외된 젊은 여성들이 사기범의 목표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여성이 남성에 비해 사회 진출이 빨라 결혼비용 등으로 목돈을 모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사기범이 쉽게 범행을 시도하는 이유다. 경찰 관계자는 “여성들이 대포통장 소유에 의한 범죄 연루 등의 용어를 들었을 때 심리적 압박감이 커 사기를 당하기 쉽다”고 전했다.

한 범죄예방전문가는 “사법기관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이 주로 고학력의 사무직 여성에게 접근해 사건번호, 계좌 안전조치 등 전문용어를 구사하면서 사범기관의 권위를 내세우는 수법을 쓴다”면서 “전문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권위와 지식정보를 갖춘 것처럼 포장한 사기범이 접근하면 쉽게 믿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금감원 관계자는 “정부기관이라면서 계좌 이체, 현금 전달 등을 요구하면 100% 보이스피싱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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