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의 연구 결과가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지(紙)에 등재되게 됐다. 극지연구소는 해수면 상승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던 빙붕(氷棚)의 붕괴와 관련한 새로운 사실을 규명해냈다.
19일 해양수산부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가 지난 2014년부터 추진한 ‘장보고 과학기지 주변 빙권 변화 진단, 원인 규명 및 예측’ 연구를 통해 남극 빙붕의 붕괴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 당초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단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빙붕은 남극 대륙과 이어져 바다에 떠 있는 약 200~900m 두께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다. 대륙의 빙하가 바다로 흘러내리는 것을 막는 방어막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빙붕이 사라지면 해수면이 상승하는 속도도 그만큼 빨라진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지구 기온 상승으로 빙붕 표면의 얼음이 녹으면서 형성된 물웅덩이(Melt ponds)가 빙붕의 붕괴를 촉진하고, 이로 인해 해수면 상승도 가속화한다고 여겨왔다. 물웅덩이가 얼음에 비해 많은 태양열을 흡수하면서 크기가 커지고, 주변이 함께 녹으면서 빙붕 전체의 붕괴를 촉진한다는 것. 실제로 2002년 여의도 면적의 380배에 달하는 라르센(Larsen) B 빙붕이 이 같은 현상으로 붕괴 됐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진행한 극지연구소와 미국항공우주국(NASA), 미국 컬럼비아대, 이탈리아 신기술·에너지 및 경제개발청(ENEA) 등 참가한 국제연구팀의 연구결과는 이와 달랐다. 남극 장보고 기지 인근에 위치한 난센(Nansen) 빙붕이 기온 상승으로 물웅덩이가 생겼음에도 안정도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 연구팀은 난센 빙붕과 같은 비탈진 형태의 빙붕은 물웅덩이가 형성돼도 여름철 생기는 강을 통해 물이 바다로 빠져나가므로 붕괴가 빨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규명했다.
이원상 극지연구소 해수면변동예측사업단장은 “지금까지는 빙붕의 형태와 관계없이 물웅덩이 생성 시 빙붕 붕괴가 촉진된다고 여겨 이를 근거로 2100년까지 세계 해수면이 약 2m가량 상승할 것으로 생각해왔다”며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볼 때 해수면 상승 속도가 예상보다 늦춰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그 중요성을 인장 받아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 학술지인 영국 네이처지 4월호(20일 발간)에 게재됐다.
김영석 해수부 장관은 “이번 연구결과와 남극 장보고 기지 주변에 구축된 세계 최고 수준의 빙권 변화 종합 감시 관측망을 활용해 향후에는 보다 정밀한 해수면 변동 예측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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