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JTBC·중앙일보·한국정치학회 주최로 열린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는 각 후보의 전략이 그대로 드러났다. 지난 토론회를 거치며 후보들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부분들은 보완됐고 향후 단일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후보들은 서로에 대한 발언의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 감지되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 자리 배치는 원형 탁자에 문재인·안철수 후보, 홍준표·유승민 후보, 심상정 후보와 손석희 JTBC 사장이 마주 보고 앉았다. 이에 손 사장이 “예전에 같은 당에 계셨던 분들이 서로 마주 보고 앉았다”고 운을 떼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는 손 사장에게 “예전에 통진당(통합진보당) 같이하셨나 보죠”라며 날카로운 농담을 던졌다. 홍 후보는 앞서 JTBC에 출연해 손 사장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검증과 공세의 과녁이 됐다. 지난 토론회에 대해 ‘선방’ 평가를 받았던 만큼 단호한 기조를 이어나가기 위한 자세를 취했지만 일정 부분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으로 비치기도 했다. 특히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는 문 후보의 일자리 예산의 재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문 후보를 압박했다. 문 후보가 5년간 21조원을 투입해 81만개의 공공 부문 일자리를 만든다고 했는데 재원을 낮게 잡았다는 것이 유 후보의 지적이었다. 이에 문 후보는 “17만개에 17조원, 공공기관 64만개에 4조원을 투입하면 된다”고 밝혔고 유 후보가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자 “캠프의 정책본부장하고 토론하는 게 맞겠다”며 유 후보를 밀어붙였다. 결국 두 후보는 토론 기간 내내 주어진 1분의 찬스 1회를 써가며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아울러 문 후보는 홍 후보와도 설전을 벌였다. 홍 후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의혹을 거론하자 문 후보는 “이보세요”라고 답해 분위기가 험악해져 손 사장이 이를 제지하기도 했다.
지난 토론회에서 문 후보에게 ‘갑철수’를 묻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문 후보를 피하는 전략을 썼다. 유 후보나 홍 후보가 문 후보에게 집중 공세를 퍼부으며 문 후보의 답변시간을 빼앗아버린 이유도 있지만 적극적으로 문 후보에게 질문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지 않고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나 유 후보와 토론을 벌였다. 아울러 안 후보는 홍 후보와도 토론을 벌였다. ‘돼지 발정제’ 논란으로 홍 후보를 바라보지 않겠다는 지난 토론 기조를 벗어난 셈이다. 이에 홍 후보는 “아 저에게도 질문하십니까?”라고 반색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자유한국당·바른정당·국민의당 간 후보 단일화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제기됐다. 홍 후보도 안 후보가 심 후보에게 공격을 당하자 “말로는 못 이긴다”고 에둘러 방어해주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지난 토론회에서 문 후보와 안 후보를 번갈아가며 공세를 취했던 심 후보는 이날 주변의 평가를 의식한 듯 안 후보와 문 후보에게 발언의 시간을 분배하기도 했다. 특히 문 후보가 홍 후보의 질문에 “동성애 합법화에 반대한다”고 말하자 “참여정부의 차별금지법 노력보다 후퇴한 문 후보에게 유감”이라며 꼬집기도 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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