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역대 최저 수준의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은 늘었는데 영업이익이 40% 가량 급감한 것. 영업이익률은 역대 최저 수준인 2%대를 기록했다. 차가 안 팔려 보조금을 늘리고 원화 환율이 강세를 보이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는 27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1·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열고 매출액 12조8,439억원, 영업이익 3,828억원이라고 밝혔다. 매출은 지난해 1·4분기 보다 1.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9.6% 급감했다. 기아차가 2010년 이후 영업익 3,000억원대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기 순이익도 7,654억원으로 19% 급감했다.
가장 큰 이유는 판매다. 모델 노후화에 차가 안 팔리고 각종 지원금을 풀고 이로 인해 비용이 늘면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는 악(惡)의 고리에 빠졌다. 1·4분기 기아차의 글로벌 판매는 6.2% 감소한 64만1,686대였다. 국내는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이 있던 작년에 비해 올해 판매가 5.1% 감소했다. 미국에서는 니로라는 걸출한 인기 모델이 등장했음에도 다른 차종들의 판매가 줄면서 전체 12.7% 감소했다. 중국 시장 역시 사드 여파에 따른 반한 감정, 구매세 지원 축소 악재로 35.6% 급감했다. 다만 유럽 판매는 전체 시장 성장률인 8.3%를 웃도는 13%의 판매 증가율을 기록했다. 기아차는 RV 비중이 높은 편이다. RV 차종은 세단 보다 수익성이 좋다. 그럼에도 영업이익률이 2%대를 기록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기아차는 고급 스포츠 세단 스팅어를 비롯해 니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쏘렌토 부분변경 모델 등 신차로 승부를 보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스팅어나 니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판매 대수가 많은 차량이 아니고 쏘렌토 등 인기 차종은 하반기나 돼야 출시될 예정이다. 기아차는 러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 주요 신흥국 경기가 최근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만큼 현지 전략 차종을 앞세워 이들 국가에 대한 공략을 보다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전략차종 K2 등을 앞세운다. 기아차 관계자는 “고수익 RV 차종의 생산·판매 비중을 올해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수익성을 개선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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