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대선’ 판세가 ‘1강(强)-2중(中)’ 구도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40% 안팎의 견고한 지지율로 독주체제를 굳힌 가운데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는 길 잃은 보수 표심을 대거 흡수하며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를 턱밑까지 추격하는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2위와 3위가 바뀌는 ‘실버크로스’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BS노컷뉴스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27~29일 전국 성인남녀 1,5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문 후보는 42.6%의 지지율을 획득해 20.9%에 그친 안 후보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반면 홍 후보는 16.7%의 지지율로 안 후보와의 격차(4.2%포인트)를 오차범위 이내로 좁혔다.
이 같은 민심의 흐름은 서울경제신문의 영남권 민심 르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울산의 60대 택시기사인 안모씨는 “문재인이 싫어서 안철수를 밀어주려 했는데 TV 토론을 보니까 안철수는 영 아니더라”며 “파산 직전인 자유한국당이나 살려주자는 마음으로 홍준표한테 한 표를 던질 생각”이라고 전했다. 안보 분야에서 진보적인 문 후보의 공약이 마음에 들지 않아 안 후보로 마음을 돌렸는데 이제는 보수층이 결집하고 있는 만큼 홍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것이다.
대구 수성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50대 사장은 “좀 거칠기는 해도 홍준표만큼 속 시원하게 말하는 후보가 어딨냐. ‘배신자 유승민’은 마음이 가지 않는다”며 “보수·우파가 전부 뭉쳐서 문재인 당선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보수의 심장인 대구경북(TK)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감춘 ‘샤이 보수층’이 점점 홍 후보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분위기가 강하게 감지됐다.
반면 부산경남(PK)에서는 여전히 문 후보에 대한 지지가 우세한 모습이었다. 40대 직장인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박진영씨는 “노무현 정신을 계승할 유일한 후보가 문재인”이라며 “부산에서도 ‘될 사람을 밀어주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나윤석기자 부산=박형윤기자 대구=우영탁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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