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치 못한 이른 대통령 선거로 대한민국이 시끌벅적하다. 선거 기간이 예전보다 짧아진 탓에 정치권의 움직임이 과거 대선 때보다 훨씬 더 분주해 보인다.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 이후 치러진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네거티브 공방이 힘을 잃은 대신, TV토론과 공약 검증이 선택을 돕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부상했다. 지난 대선의 검증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유권자들이 더 날카로운 눈으로 후보자들의 입을 지켜보고 있다.
그렇다면 주요 정당 대선 후보 5인의 공약에는 어떤 차별성과 공통점이 있을까. 저마다 ‘준비된 대통령’을 자부하며 다양한 대선 공약을 쏟아내고 있지만, 그 실효성과 방향을 꼼꼼하게 따질 필요가 있다. 경제 관련 공약의 경우, 진보·보수 진영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궁극적으로론 ‘경제 살리기’라는 화두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자리 문제 해결, 중소기업 육성, 벤처 창업 활성화, 개혁 정책, 증세 등 주요 어젠다를 내세우며 저마다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포춘코리아가 대선을 앞두고 주요 후보들의 경제 공약을 정리해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각 후보가 내세운 경제 관련 공약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첨언하는 방식이다.
다가온 선택의 순간, 이 기사가 독자들의 현명한 판단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흔히들 대한민국에는 3대 절벽이 있다고 말한다. 재정절벽, 인구절벽, 고용절벽이 바로 그것이다. 이 세 가지 절벽은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으로 손꼽힌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3대 절벽 중 우선 고용절벽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고용이 안정되면 결혼과 출산이 원활히 이뤄지고, 소비할 수 있는 돈이 많아져 국가 재정까지 튼튼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그리 녹록지가 않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전체 실업률은 4.2%, 청년(15세~29세) 실업률은 11.3%였다. 비정규직과 아르바이트 등 단기고용이 제외된 수치라는 것을 고려하면 실제 실업률은 더 높을 가능성이 크다. 통계청도 “청년 실업률의 경우 다양한 변수가 있어 실제 청년들이 체감하는 실업률은 3배 이상 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과연 주요 대선후보 5인은 고용절벽에서 우리나라를 구하기 위해 어떠한 공약을 내놓았을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각 후보 진영의 대선 공약집을 근거로 살펴보자.
정부 주도 vs 민간 주도
각 후보들이 내놓은 일자리 정책은 일자리가 창출되는 영역에서 분명한 차이점이 나타나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공공영역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며 구체적인 수치를 내놓고 있다. 반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민간 영역 일자리 창출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문재인 후보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공공·사회 서비스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우선 소방관, 교사, 경찰 등 국민 안전과 치안, 복지를 담당하는 공무원 일자리를 17만 4,000여 개, 사회서비스 공공기관 및 민간수탁 부문 일자리를 34만 개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위험안전 업무 같은 공공부문에서 간접고용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고,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추가로 3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공약도 내놓고 있다. 이를 통해 공공부문에서만 총 81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 문재인 후보의 핵심 공약이다. 또 2020년까지 3년간 공공기관의 청년고용 비율을 현행 3%에서 5%로 확대하는 이른바 ‘청년고용 의무할당제’ 개편도 약속하고 있다.
그렇다면 재원은? 문 후보 측은 임기 5년 동안 21조 원, 연 평균 4조 2,0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원은 재정지출개혁과 세입확대를 통해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 역시 문재인 후보와 비슷한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50만 개 일자리를 창출하고 청년고용 의무할당제도 5%로 확대해 24만 개 일자리를 추가로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간호, 보육, 교육, 소방 등 안전업무와 요양 같은 사회서비스를 포함해 약 100만 개의 공공부문 일자리도 만들어내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사회복지세(소득세·법인세·상속증여세·종합부동산세 납부액에 일정 비율을 부가하는 복지만을 위한 목적세) 신설, 법인세 인상 등 복지증세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내놓고 있다.
두 후보와는 달리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후보는 전반적으로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영역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경우 이른바 ‘기업 뉴딜정책’으로 청년 일자리 110만 개를 창출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기술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혁신형 강소기업을 육성해 50만 개 일자리를 만들고, 이미 구축된 청년 기술창업 플랫폼 확대와 투자를 통해 28만 개 기술창업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규제 개혁과 연구개발 확대를 통해 서비스산업을 육성, 추가로 32만 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 홍 후보가 내세우는 ‘기업 뉴딜정책’의 핵심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안철수 후보는 중소기업 취업자 지원과 구직수당 지급을 골자로 한 5년 한시의 청년고용보장계획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중소기업 취업 청년들에게 2년간 1,200만 원을 지급하고, 구직활동 중인 청년들에겐 6개월간 매달 30만 원 씩 총 180만 원의 훈련수당을 지급해 취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는 17조 원에 달하는 일자리 관련 예산을 조정해 관련 예산을 충당한다는 청사진도 내놓고 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의 임금 수준을 현재 대기업의 60% 수준에서 8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이 안 후보의 구상이다. 특이한 점은 안철수 후보가 다른 후보들과는 달리, 구체적인 신규 창출 일자리 수를 밝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의 일자리 창출보단 거시적인 관점에서 노동환경과 구조를 선진화해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미로 해석 할 수 있다.
유승민 후보도 일자리를 만드는 민간시장 환경을 중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안 후보와 유사점을 찾을 수 있다. 그는 혁신안전망을 구축해 ‘융자’가 아닌 ‘투자’ 방식의 창업 환경을 조성하고, 우수한 성과를 거둔 스타트업에겐 인재를 쉽게 영입할 수 있도록 스톡옵션 행사 때 세제혜택을 부여하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창업 활성화를 위해 완화·철폐돼야 할 규제가 있을 경우, 대통령이 직접 나서 원샷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도 밝히고 있다. 그의 공약에는 대기업의 비정규직 채용을 제한하는 ‘비정규직 사용 총량제’ 도입도 들어있다. 그는 이 밖에도 중소기업 임금인상,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단계적인 행정공무원 채용 확대 등을 약속하고 있다.
이처럼 각 후보들은 ‘따로 또 같이’ 정부 주도와 민간 주도의 다소 상반된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물론 한쪽은 옳고 한쪽은 그르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한쪽으로 치우친 정책은 결국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견해에 대해선 재정 부분을 최대 난제로 지적했다. 이기영 한양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말한다. “공공일자리가 늘어나야 한다는 점에는 대다수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습니다. 전체 고용에서 공공부문 일자리가 차지하는 비율이 7.6% 수준인데, 이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합니다. 부족한 건 확실하다는 얘기죠. 문제는 재원 마련입니다. 공공분야의 일자리 예산은 일회성 경비가 아닙니다. 매년 지속적으로 지출이 이뤄집니다. 대통령 임기가 끝난 후에도 이들의 일자리는 유지돼야 하는데, 그때 발생할 비용은 어떻게 메울 것인지 구체적
인 내용이 없다는게 문제예요. 결국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재원은 민간 세금으로 충당되는데, 자칫 민간 영역 일자리가 감소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또 공공영역으로 구직자가 몰리는 이른바 ‘공무원 대란’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죠”
일부 전문가들은 문재인 후보와 심상정 후보 공약의 공통분모인 ‘청년고용의무할당제’ 확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공기업 관계자 A 씨는 “할당은 곧 의무적으로 일정 수준을 채용하도록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인데, 이는 결국 유연한 근무여건 조성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며 “당장 정부에서 지시하면 하겠지만, 그게 지속적으로 오랜 기간 유지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민간 주도 일자리 창출에 대해선 많은 전문가들이 전반적으로 공감을 표시했다. 다만 이전 정부의 정책과 차별성이 없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됐다. 유재광 성균관대 교수는 말한다.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민간에서 더 많은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돼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각 후보들이 내세우고 있는 공약을 살펴보면, 지난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정책과 크게 다른 부분을 찾아보기 어려워요. 좀 더 단순하게 말하면, 새로운 시장을 키우고 창업을 활성화시켜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건 지난 20년 간 이어져온 한결같은 정부 정책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실업률은 오히려 더 오르고 있어요. 이유가 뭘까요? 바로 정책의 지속성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5년 임기 후 다음 정부가 이를 이어갈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거죠. 대통령 임기는 5년으로 끝나지만, 일자리는 끝없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재임 기간만이 아닌, 먼 미래를 내다본 일자리 공약이 안 보인 다는 점이 무척 아쉽습니다.”
재벌개혁 vs 노조개혁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매번 내세우는 단어가 있다. 바로 ‘개혁’이다. 여기서 말하는 개혁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있다. 겉으로는 근본적인 사회 부조리를 없애기 위한 개혁을 표방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전 정권의 정책을 뒤엎고 새로운 틀을 다시 짜겠다는 일종의 ‘전 정권 흔적 지우기’ 식 개혁이 자리 잡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도 개혁이라는 단어가 각종 공약에서 심심치 않게 확인되고 있다. 재벌개혁, 노동개혁 같은 경제개혁 어젠다가 어김없이 등장했다. 진보와 보수, 중도를 표방하는 5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에 그 어느 대선 때보다 다양한 개혁정책이 나오고 있다.
우선 해묵은 논란인 ‘재벌개혁’의 경우 쏠림 현상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보수 진영으로 일컬어지는 유승민 후보가 재벌개혁에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보수정당에선 재벌 개혁을 ‘대한민국 경제를 죽이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보여왔다. 이번 대선에선 주요 후보 5명 중 보수성향이 강한 홍준표 후보만이 유일하게 재벌개혁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후보는 약간의 온도 차는 있지만 현재의 재벌을 적폐세력, 구태 집단으로 규정하고 강한 개혁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문 후보의 경우 금산분리를 통한 재벌·금융 분리, 지주회사 요건과 규제 강화, 전자투표제 의무화와 집중투표제 도입 등 상법 개정안을 재벌개혁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배구조 개혁과 투명한 경영구조 확립, 재벌 독식에서 벗어난 공정한 시장경제 확립을 구현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서 주목해 볼만한 부분은 재벌 개혁을 ‘맞춤형’으로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자본 상태가 부실한 중견 재벌그룹은 일단 개혁 대상에서 제외하고, 국내 30대 그룹 자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최상위 재벌그룹을 우선 개혁 대상을 삼겠다는 것이 문 후보 측의 생각이다.
안철수 후보는 지난 2012년 대선 때부터 주장해온 이른바 ‘공정성장’ 패러다임에 근거해 재벌개혁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재벌 범죄 엄중 처벌과 사면 제한, 지주회사의 자회사 · 손자회사 요건 강화, 공익법인을 통한 총수 일가의 부당한 지배권 강화 방지 등을 재벌 중심 시장 환경의 개선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유승민 후보는 일감 몰아주기 원천 차단, 총수일가의 개인회사 설립 금지, 집단소송제 및 징벌적 손해 배상제 도입, 공정위 전속 고발권 폐지 등을 통해 재벌의 이른바 ‘갑질’을 원천차단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심상정 후보는 한발 더 나아가 재벌 3세 세습 금지, 재벌의 범죄수익 환수 및 처벌 강화, 전경련 해체를 통한 정경유착 근절, 기업 분할·계열분리 명령제 도입 등을 통해 재벌에 대한 의존도를 근본적으로 줄여나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 홍준표 후보는 앞서 언급한 대로 ‘재벌 친화적’인 공약을 선보이며 경쟁자들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재벌은 지원해야 하는 대상이고, 개혁의 대상은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노조라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홍 후보는 “재벌이 기업 활동을 잘하기 위해선 대기업 강성 귀족 노조의 고용세습을 포함해 불합리한 노동 관행을 혁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노조 개혁이 선행돼야 기업경쟁력이 강화되고, 근로자 삶의 질이 향상되며, 궁극적으론 노동 유연성이 확보돼 기업이 더욱 사업을 잘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재벌개혁은 쉽게 풀기 어려운 과제다. 좋던 싫던 대한민국 경제에 미치는 재벌의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박희원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재벌개혁은 진보 성향의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도 다뤄진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때도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죠. 지난 10년 간은 정부의 ‘친기업 정책’이 재벌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했고요. 재벌개혁과 관련된 이번 공약도 실제 정부가 들어서면 어떻게 진행될지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사실 재벌이 꼭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어요. 오너 중심 경영은 빠른 의사결정과 과감한 투자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재벌 비리와 범죄에 대해선 단호하게 대처하되, 그 밖의 경영환경 측면에선 규제 추가나 강화가 필요한지 사회적으로 좀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증세 찬성과 반대는 4대 1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임이 입증됐습니다.” 지난 2015년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나선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이 한마디는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다. ‘배신의 정치’라는 무시무시한 말이 등장했고, 4.13 총선 때는 새누리당 공천 파동의 발화점이 되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모든 이의 예상을 깨고 원내 1당을 더불어민주당에 내주는 참패를 겪어야만 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 발언은 그만큼 폭발력이 강했다. 사실 증세와 복지의 상관관계는 이미 정치권과 학계에서 어느 정도 결론이 나있다. 복지를 위해선 증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증세를 해야 하는 세금 종류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이 많다. 가장 ‘뜨거운 감자’가 바로 ‘법인세’다.
지금까지 추세로 보면 다음 정부에선 법인세 인상이 이뤄질 듯하다. 5명의 후보 중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4명이 법인세 인상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4명의 후보는 지난 이명박 정부 시절 22%로 인하됐던 법인세를 다시 25%로 복원시키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자신의 대표 경제정책인 이른바 ‘제이(J) 노믹스’에서 “먼저 법인세 실효세율(명목세율에서 공제 및 감면분을 뺀 실제 세율)을 조정한 뒤, 법인세 명목세율(세법상 규정된 세율)을 25%로 인상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안철수 후보와 유승민 후보, 심상정 후보 역시 법인세 정상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홍준표 후보는 법인세 인상에 반대 의사를 내놓고 있다. 법인세 인상은 기업의 경영활동 위축을 불러 올 수 있기 때문에 안 된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홍 후보는 정규직 우수 채용 기업과 연구개발(R&D) 우수 기업의 법인세를 깎아주거나 감세혜택을 제공하는 공약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물론 대다수 후보가 한 목소리로 증세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영역도 있다. 바로 부동산 보유세와 고소득자 소득세다. 우선 부동산 보유세 인상은 후보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안철수 후보는 보유세 증세와 더불어 거래세 인하를 내걸었고, 심상정 후보는 보유세 실효세율 2배 인상이라는 보다 강력한 증세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고소득자 소득세 인상도 대다수 후보가 동의하고 있는 부분이다. 고소득자 대상의 증세, 최고세율 인상, 소득세 인상, 추가 부과 같은 공약이 나온 가운데, 홍준표 후보는 아직 이와 관련된 정책과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증세는 지금 이 기사를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도 매우 민감한 문제다. 각 후보들에게도 증세 관련 공약은 가장 민감한 사안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진행된 수차례의 토론회에서 그 어느 누구도 ‘증세를 해야 한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피력했을 뿐, 서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구체적인 해법은 내놓지 않고 있다. 증세 공약이 후보 측 의도와 다른 뜻으로 유권자에게 전달될 경우 상당한 표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증세 관련 공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더 나은 삶을 위해선 증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동원 서울시립대 교수는 말한다. “증세는 필요합니다. 국가가 새로운 사업을 하려면 당연히 재원이 필요한데, 증세를 하지 않고선 국채를 발행하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빚을 내서 사업을 해야 한다는 얘기죠. 이는 다음 세대에게 부담으로 작용 할 수밖에 없습니다. 유권자들은 증세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갖되, 증세가 일어나는 분야가 어디인지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선진국에선 보편적으로 국민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 고소득자 증세 정책을 쓰고 있습니다. 법인세의 경우는 대다수 후보들의 공약과는 달리 점차 인하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참고하면 대선 후보들의 증세 공약을 평가하는데 좋은 기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주요 정당 대선후보 5인의 주요 일자리, 개혁, 증세공약 등을 살펴봤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지면에 소개한 5명의 후보 외에도 군소후보들의 공약을 확인할 수 있다. 다가온 선택의 순간,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만이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호를 살려낼 수 있다.
▶법인세 인상 vs 인하
법인세 인상 찬성파는 법인세 인상에 재분배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기업으로부터 세금을 더 많이 걷으면 걷을수록 정부의 재정 여력이 커지고, 정부는 늘어난 재정으로 지출을 확대해 그 중 상당 부분이 각종 보조금이나 일자리 창출 형태로 서민에게 돌아간다는 입장이다.
반면 법인세 인상 반대파는 법인세 인하가 민간 기업의 성장과 활성화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세금이 낮아지는 만큼 기업 이익이 증가해 연구개발(R&D) 투자와 인력채용 확대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투자와 일자리 증가는 경기 활성화로 직결돼 줄어든 세수도 회복된다는 입장이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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