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든 사람들의 구성은 매우 다양하다. 먼저 선두에 나선 사람들은 비문(비문재인) 계열 인사들이다. 이들은 문재인 캠프 내 요직을 도맡아 적극적으로 정책을 개발하고 유세를 도왔다. 기존에 알려진 친문(친문재인) 인사들은 오히려 숫자상 소수파로서 조직관리 등 문 후보를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했다.
우선 공동선대위원장 대다수가 비문계로 평가받는다. 이종걸·김부겸·김진표 선대위원장은 한 번쯤 과거에 문 후보와 대립한 적이 있는 인사로 꼽힌다. 송영길 중앙선대본부 총괄본부장과 박광온 공보단장, 민병두 총괄공동특보단장도 비문계지만 대선 당시 누구보다 앞장서서 당선을 이끌었다.
먼저 문 후보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는 인사 중 대표적인 인물이 임종석 후보 비서실장으로 꼽힌다. 문 후보의 최측근에 있지만 사실 임 실장은 그간 문 후보와 거리를 뒀던 비문 계열 인사다. 16·17대 국회의원과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임 실장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측근 인사로 유명하다. 또 그동안 친노·친문계가 아닌 86그룹(80년대 학번·1960년대생)과 김근태계로도 평가받는다.
하지만 문 후보는 임 실장의 정무적 감각을 높이 사 비서실장 영입에 공을 들였다. 19대 대선 캠프를 친문이 아닌 통합 캠프로 만들기 위해 임 실장 영입에 삼고초려했다.
이후 문 후보는 임 실장에게 전권을 줘 캠프가 뭉쳐지는 데 속도를 냈다. 실제 추미애 대표와 임 실장 간 선대위 구성 문제로 이견이 있었던 적이 있는데 문 후보가 임 실장에게 힘을 실어주며 선대위 구성 당시 갈등을 조기에 봉합할 수 있었다. 선대위의 한 관계자는 “함께 정치한 시간은 오래되지 않았는데도 두 사람 간 궁합이 잘 맞아 대선 기간 무리 없이 문 후보를 보좌했다”고 평가했다.
또 대표적인 측근 인사로 송영길 총괄본부장이 있다. 송 본부장은 인천광역시장을 지낸 4선 의원이다. 당내 비주류로 평가되는 송 본부장도 그간 친문계와 다소 거리가 있었다. 특히 지난해 8·27 전당대회 당 대표 예비경선에서 컷오프된 바 있다. 이 때문에 친문계와 거리가 더 생긴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당내 대표적인 호남 출신으로서 캠프의 통합을 위한 첫 번째 본부장급 인사 대상이 됐다. 송 본부장은 영입 당시 “문 후보와 무엇이든 긴밀히 상의해 캠프에서 ‘비선이다’ 하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선대위의 한 관계자는 “송 본부장은 추진력이 뛰어나고 당 전체를 통합하고 계파를 초월하는 인물로서 캠프 내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3선의 전병헌 의원도 문재인 캠프에서 전략본부장을 맡으며 무게감 있는 역할을 선보였다. 전 본부장도 동교동계와 정세균계로 분류되는 인사로 그간 친문계와는 거리를 뒀다. 하지만 문 후보가 민주당 대표를 맡았을 당시 최고위원을 함께하며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전 본부장은 연일 화제가 된 문재인 캠프의 톡톡 튀는 대선 전략을 총괄하는 역할을 했다. 온라인상 대국민 정책 공모를 통해 미세먼지 정책을 최초로 개발한 것도 전 본부장의 역할이었다.
전 본부장은 특히 김대중 대선 캠프에서 최연소 대선기획단으로 참여한 경력을 바탕으로 총선 및 대선 등에서 선거 기획통으로 평가된다. 문 후보의 구호인 ‘준비된 대통령’ 콘셉트도 이 같은 오래된 선거 기획을 통해 나온 아이디어다.
이 밖에 이번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안희정·이재명 후보를 도왔던 ‘신(新)3철’도 문 후보의 당선을 이끌었다. 안희정 충남지사의 경선을 도왔던 윤원철 전 청와대 행정관과 이재명 성남시장을 도운 장형철 전 행정관도 나란히 비서실 부실장으로 임명돼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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