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시장에서 크게 주목 받지 못했던 ‘구분소유’ 빌딩의 가치가 재조명을 받고 있다. 우량 투자 물건을 잡기가 갈수록 어려워지자 투자자들이 주변 시세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구분소유 빌딩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부동산금융 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은 최근 하나은행이 매물로 내놓은 서울시 중구 다동길 43에 위치한 한외빌딩 7개층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지스는 한외빌딩의 지하 5층~지상 15층(연면적 2만1,526㎡) 중 지상 4~10층 7개층, 연면적 1만68㎡를 매입하게 된다.
예전만 하더라도 이 같은 구분소유 빌딩은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두 곳 이상이 소유하고 있는 구분소유 빌딩은 통상적으로 소수 지분을 가진 매도자가 가격을 높게 부르는 경우가 많아 협상이 좀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전체가 아닌 일부 층만 매입할 경우 자산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실제 지난 2015년 리츠자산운용사인 마스턴투자운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매각을 진행했던 씨티은행 본점 사옥의 경우 구분소유자인 대견기업주식회사와 협상이 안돼 결국 거래가 무산됐다. 또 비슷한 시기 매각이 진행됐던 종로타워의 경우에도 구분소유자와의 협상이 길어져 매입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이처럼 매입 과정 자체가 워낙 까다로워 웬만한 투자자들은 구분소유 빌딩을 쳐다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구분소유 빌딩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매입 후 자산 가치 개선을 위한 확실한 전략을 세운 곳들은 구분소유 빌딩을 주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실제 이지스는 구분소유 빌딩의 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에 착안해 매입 후 자산가치 개선을 위한 확실한 전략을 세우고 한외빌딩 매입에 나섰다. 이 건물은 온비드 공매사이트를 통해 3차까지 공매가 진행됐지만 유찰됐으며 지난해 10월 마지막으로 실시된 공매 예정가격은 348억원으로 3.3㎡당 1,140만원이다. 최근 도심 내 오피스 빌딩의 3.3㎡당 매입가가 2,000만~2,500만원에서 형성되는 점을 감안하면 절반 수준이다. 이지스는 매입 후 자체적으로 설립한 서비스드 오피스인 ‘핀포인트’를 입주시킬 예정이다. 이지스는 지난해에도 신도림에 위치한 구분소유 빌딩을 사들여 핀포인트를 입주시킨 바 있다.
이지스뿐만이 아니다. 구재상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이 세운 케이클라비스자산운용도 최근 신대방동 보라매공원 인근 25층 한국컴퓨터 빌딩의 2~9층 8개층을 사들였다. 매입가는 3.3㎡당 600만원이 안 된다. 이 건물은 신한카드 콜센터가 오는 2020년까지 임대차 계약을 맺고 있으며 그간 10년 이상 해당 빌딩에 입주해왔기 때문에 연장할 가능성도 높다.
코람코자산운용 역시 동작구 보라매로5길에 위치한 옴니타워의 6~10층을 주변 시세 대비 싼 가격에 사들인 바 있다. 옴니타워에는 바이엘코리아가 2023년, 케이티하이텔이 2021년까지 각각 임대차계약을 맺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최근 자산 가격이 점점 높아지는 상황에서 구분소유 빌딩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아 매력적인 측면이 있다”면서도 “다만 구분소유는 매각 리스크가 분명히 존재하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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