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에 허덕 도시바, 도쿄증시 2부 추락

주력공장 운영 WD와 갈등에

메모리사업부문 매각도 난항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CEO가 15일 도쿄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허리를 숙인 채 사죄의 뜻을 밝히고 있다. /도쿄=AFP연합뉴스

일본 도시바가 채무초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도쿄증시 2부로 추락한다. 1년 뒤에도 현 상태가 지속되면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된다.

도시바는 15일 2016회계연도(2016년 4월~2017년 3월)에 9,500억엔(약 9조4,200억원)의 최종 적자를 잠정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채무초과액은 5,400억엔에 달했다.

이날 잠정실적이 확정되면 도시바는 일본 제조업체로는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낸 기업으로 남게 된다.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CEO)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영부실에 대한 사죄를 표명하며 “한시라도 빨리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도시바는 채무초과 상태가 1년간 이어질 경우 강등된다는 규정에 따라 오는 8월1일부터 도쿄증시 2부로 가게 된다. 도시바는 2015회계연도에 4,600억엔의 적자를 내며 채무초과를 기록한 데 이어 올 3월 말에도 채무초과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내년에도 이 상태가 이어지면 상장 폐지된다.

도시바의 2부 강등은 일찌감치 예견돼왔다. 도시바는 자회사를 핑계로 올 들어 두 차례나 2016년 4~12월 결산발표를 연기했으며 지난달 11일에는 감사적정 의견을 받지 못한 채 실적을 발표했다. 새로운 감사법인 선정작업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도시바는 결국 이날 잠정치를 발표했다. 이날은 도쿄거래소가 상장기업들에 실적 발표를 요구하는 기한인 결산 기말로부터 45일째 되는 날이다.

도시바는 2017회계연도 실적 전망에서 영업이익 2,000억엔을 예상하는 등 재기를 노리고 있지만 과정은 험난하다. 일본 NHK방송에 따르면 도시바 반도체 주력공장을 공동 운영하는 웨스턴디지털(WD)이 전날 국제상공회의소 산하 국제중재재판소(ICA)에 도시바메모리(도시바의 메모리반도체 자회사) 매각 중지를 요구하는 중재신청을 내면서 도시바 재건에 필수적인 반도체 사업 매각에 차질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도시바와 WD에서 추천한 인사들을 포함해 3명의 중재위원단을 꾸려야 한다”며 “중재작업이 1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창영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