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데스크칼럼] 트럼프노믹스, 마크로노믹스, J노믹스

신경립 국제부장

韓·美·佛 지도자 선택 기준 달라도

경제정책 목표 '일자리 해결' 일치

'정부 개입' 방법론 다른 J노믹스

고용시장 경직·경제 포퓰리즘 우려

신중하고 현실적인 접근 필요





선택의 순간에 마음을 정하는 기준은 저마다 다르다. 무엇이 내게 가장 이득이 될까, 어떤 결정이 실패의 위험을 덜어줄까, 또는 무엇이 옳은 선택인가.

‘정치의 계절’이 도래하면서 지난해 이후 각국에서는 각자의 기준에 따른 다양한 선택이 이뤄졌다. 미국인들은 ‘이득’을 선택 기준으로 삼아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맞이했다. 우파 정권의 부패와 좌파 정권의 무능에 진절머리가 난 프랑스인들은 최근 치러진 대선에서 좌우를 아우르는 ‘제3의 길’을 제시한 신예 에마뉘엘 마크롱의 손을 들어줬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은 데는 아마도 ‘정의’에 대한 갈구가 기준으로 작용한 듯싶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정경유착,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사태로 충격과 자괴감에 빠진 국민들은 적폐청산과 재벌개혁을 통해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문 대통령에게 한 표를 던졌다.

이제 한바탕 잔치와도 같은 선거가 끝났다. 서로 다른 명분 아래 각자의 선택을 한 국민들의 관심은 점차 ‘먹고사는’ 일상의 문제로 수렴되기 마련이다. 세상을 바꿀 것만 같았던 장밋빛 경제 공약들이 현실의 정책으로서 시험대에 올라야 할 시간이다.

위에 언급한 세 대통령은 각자 당선된 이유만큼이나 내세우는 경제정책도 제각각이다. 하지만 궁극적인 과제는 하나, ‘일자리’다.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인들이 앗아가는 일자리를 되찾겠다며 보호무역주의를 통한 무역적자 축소와 세금 감면,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전면으로 내세운 트럼프노믹스(Trumpnomics)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경제정책, 일명 ‘마크로노믹스(Macronomics)’는 실업률 10%에 육박하는 일자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법인세 인하와 노동개혁, 공공부문 감축이라는 처방을 제시한다. 공공부문 일자리 12만개를 없애는 대신 재정을 성장산업에 투입하고 법인세를 낮춰 기업 주도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도 취임과 동시에 일자리 문제를 정면으로 들고 나왔지만 이들 두 나라와는 반대 노선을 택했다. ‘J노믹스’는 기업 활성화를 통한 고용 창출보다는 정부가 대규모 재정을 투입해 직접 일자리를 만들고 소득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문 대통령은 당장 10조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예산 편성을 공식화하고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했다. 최저임금 1만원 실현과 노동시간 감축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세 대통령의 경제정책 가운데 가장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은 아마도 정부가 모든 문제를 앞장서 해결하겠다는 ‘J노믹스’일 것이다. 나랏돈으로 81만개의 공공일자리를 만들면 그만큼 취업자는 늘어난다. 그것도 모두 임금격차가 적은 정규직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진정한 해법이 될 수 있을까.

미국의 경제학자인 서배스천 에드워즈 UCLA 교수와 루디거 돈부시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성장과 소득의 재분배를 강조하면서도 인플레이션과 재정적자의 위험과 외부의 제약, 공격적인 비시장적 정책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반응은 경시하는 접근방식”이라는 설명으로 경제 포퓰리즘을 정의했다. 이러한 접근법은 대중적 인기에 힘입어 한동안 성과를 올릴 수 있지만, “지속 가능성이 없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궁극적으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두 학자들은 경고했다.

경제정책에 정답은 없다. 서로 다른 출발선에서 시험대에 오른 세 정부의 경제정책 가운데 무엇이 가장 큰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J노믹스가 과도한 정부 개입이 초래할 기업들의 부담과 재정 확대에 따라붙는 세 부담 증대와 재정악화라는 부작용에 관해 충분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데 대해서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비정규직 제로’라는 경직된 정책은 궁극적으로 오히려 고용시장을 얼어붙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해소, 공정한 경제 실현은 우리가 반드시 이뤄야 할 시급한 과제다. ‘낙수효과’만을 기다리기에는 한국의 청년 실업문제와 비정규직 차별이 너무도 심각한 문제인 것도 틀림없다. 하지만 그러기에 이 난제를 푸는 데는 더욱 신중함이 요구된다. J노믹스의 성공을 위해서는 새 정부의 보다 깊은 고민과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kls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