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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시대, 문제는 정치다<7·끝>] 火電·원전 줄인다며 전기료 인상 '나몰라라'...표심에 눈먼 정치

■현실 무시한 이상론

신규 원전 중단 등 공약 시행땐

2029년 발전용량 2만㎿ 증발

24시간 돌려도 블랙아웃 우려

신재생에너지 발전단가도 비싸

결국 국민부담으로 전가 가능성

지난해 11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 국회와 정부가 정면 충돌했다. 한국전력 등 전력회사가 소비자에게 전기를 공급할 때 연료비를 최소화하도록 하는 전기사업법의 ‘경제급전(經濟給電)’ 원칙과 관련한 법 개정 여부를 놓고 양측이 커다란 이견을 보였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전기요금 인상 문제 탓에 경제급전의 원칙을 훼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등은 이를 두고 “발전사의 배만 불리는 일”이라며 개정을 고집했다. 결국 올해 3월 정치권의 고집대로 전력 공급에 경제성뿐만 아니라 환경과 안전까지 고려하도록 한 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경제·환경·안전급전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당장 원자력발전소와 노후 화력발전소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첫 타깃은 화력발전이다. 노후 화력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하고 공정률이 10% 미만인 화력발전소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원전도 마찬가지다. 지난 18일 대선 승리 이후 여당이 된 민주당의 원전안전특별위원회는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원자력발전소를 방문해 “경주 지진 발생 이후 원전에 대한 불안이 심각하다”며 “궁극적으로 원전 중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국민 불안을 잠재우고 미세먼지를 줄이겠다는 정치권의 ‘이상(理想)’과 달리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점이다. 정치권의 생각처럼 탈화력·탈원전을 추진하면 당장 전력수급 체계에 문제가 생긴다. 가장 쉽게 셈을 해볼 수 있는 게 민주당의 대선 공약이다. 신규 원전 6기 계획 전면 백지화,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월성 1호기 폐로, 노후 화력발전소 폐쇄, 공정률 10% 미만 화력발전소 9기 전면 재검토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 공약이 곧바로 시행된다면 당장 6월부터 전력 예비율이 5% 증발한다. 지난 18일 기준 공급 예비력은 1만4,457㎿로 예비율은 21.8%다. 노후 화전 10기(발전설비 용량 3,340㎿)가 멈추면 공급 예비력은 1만1,117㎿(예비율 16.8%)까지 떨어진다.





장기적으로는 문제가 더 크다.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상 2029년까지 계획된 발전설비 용량은 13만6,097㎿다. 공약대로 원전과 화전이 사라지면 발전설비 용량은 11만2,178㎿로 뚝 떨어진다. 쉽게 말해 남은 발전시설을 24시간 돌려도 ‘블랙아웃’ 공포에 떨어야 하는 것이다. 전기요금 인상 압력도 강해진다. LNG의 연료비 단가는 1kwh당 83원28전으로 원자력(5원72전) 대비 14배, 유연탄(49원3전)보다 2배 비싸다. 이들 두 원료가 전력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다. 인상되는 전기요금은 고스란히 국민 부담이다. 전형적인 ‘조삼모사(朝三暮四)’ 식 정책 운용이다.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경유차 운행금지 방안 역시 이상론에 눈먼 정치로 분류할 수 있다. 경유차 퇴출은 결국 경유에 부과되는 환경부담금 인상을 수반한다. 이 때문에 사업용 버스·화물자동차운송업계를 중심으로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지방의 노후화된 경유 버스를 압축천연가스(CNG) 버스로 교체하거나 노후 경유차 폐차 지원금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미세먼지 유발물질 배출량이 많지 않은 유로6 신형 경유차까지 일시에 퇴출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대안으로 내놓은 신재생에너지도 이상론에 치우쳐 있기는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은 원전과 화전을 줄이는 대신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량 비중을 20%로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상 목표인 11.7%의 두 배에 육박한다. 2014년 기준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량 비중은 4.9%에 불과하다. 현재는 7% 안팎으로 추정된다. 3년 새 불과 2%포인트 높이는 데 그쳤을 뿐이다.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가 원전이나 화전에 비해 월등히 비싸단 얘기도 없다. 올해 3월 기준 태양광 발전의 경상 거래가격은 1kwh당 83원60전이다. 풍력은 102원90전, 수력 105원50전이다. 원자력보다 최대 18배 비싸다.

신재생을 외치지만 뒤에선 ‘님비(NIMBY)’에 여념이 없는 것도 정치권의 문제다. 산업부는 지난해 12월 전기위원회를 열고 장흥군 병무산 풍력발전 변경 허가 심의를 하려 했지만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황 의원은 지난해 주민 공청회 개최 의무, 이격거리와 설비용량을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내놓기도 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정치권이 표를 의식한 이상론을 펼치며 갈등을 빚는 동안 정부는 정책 추진에 발목이 잡히고 결국 국민들의 불편을 초래하게 된다”며 “이제라도 정치권이 표를 의식하지 말고 현실을 고려한 입법추진에 나서야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임지훈·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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