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 화장품 브랜드 ‘미샤’를 보유한 에이블씨엔씨의 상장폐지가 무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에이블씨엔씨의 새로운 최대주주가 된 사모펀드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PE)는 소액주주로 분산된 나머지 지분을 공개매수한 뒤 상장을 폐지할 계획이었지만 주주의 절반이 응하지 않았다. 에이블씨엔씨를 의사결정 절차가 간편한 비상장사로 만든 뒤 효율적으로 사업을 재편하려는 IMM PE의 구상은 차질을 빚게 됐다. 일각에서는 재매각을 염두에 둔 인수였던 만큼 상장폐지 무산이 IMM PE의 투자 시나리오에 변화를 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에이블씨엔씨의 지분 25.5%를 지닌 최대주주 리프앤바인은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22일까지 소액주주 지분 60.21%를 대상으로 주당 2만9,500원에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약 3,000억원 규모의 지분이다.
리프앤바인은 IMM PE가 에이블씨엔씨를 인수하기 위해 세운 회사로 지난달 21일 서영필 회장에게서 지분을 인수한 뒤 곧바로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에 응한 주주는 60% 가운데 20~30% 남짓에 불과하다.
소액주주들이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매수가격이 높지 않은 반면 앞으로 그 이상의 주가와 배당 혜택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IMM PE 인수가 확정된 지난달 21일 주가는 2만8,300원이었고 19일은 2만9,200원까지 올랐다. 시장 가격과 불과 1%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공개매수 가격에 소액주주들이 응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 IMM PE가 서 회장 지분을 주당 4만3,636원의 높은 가격으로 총 1,882억원에 인수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현 주가 대비 30% 정도 인정했다는 것은 주가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배당에 대한 기대감도 소액주주들이 선뜻 주식을 내놓지 않은 이유다. 에이블씨엔씨의 배당성향은 35%로 화장품업계 평균보다 높지만 사모펀드가 인수하면서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소액주주가 주식을 팔지 않은 배경이다.
대대적인 브랜드 리뉴얼을 비롯해 유통망, 마케팅 전략, 판매관리, 사업 조정 등 큰 폭의 변화를 추진하려는 IMM PE는 상장사로 계속 남아 있는 것이 부담스럽다. 사모펀드가 인수하며 자금력이 높아졌기 때문에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모을 필요는 없어졌지만 회사에 변화를 줄 때마다 주주총회와 공시 등을 거쳐야 하므로 진척이 더디다는 것이다. 또 앞서 지적했듯 재매각을 위해서도 소액주주들의 지분을 정리해두는 편이 좋다.
2000년 명품과 같은 품질의 화장품을 싼값에 산다는 가성비를 내세워 등장한 미샤는 2012년 이후 경쟁자가 늘어나면서 매출이 정체돼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THAD·사드) 사태 이후 중국 관광객이 올해 8월까지 매달 30~50%씩 줄어들면서 국내 화장품업계 전체가 비상이다.
다만 IMM PE는 불황인 중저가 화장품 시장에서도 상승세인 경쟁 브랜드와 비교해 미샤의 개선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아이크림을 얼굴에 바르는 사용법으로 유명한 AHC나 패션기업의 자회사로 디자인을 앞세운 바닐라코, 더마코스매틱(피부과학+화장품) 브랜드 닥터자르트 등이 사례로 언급된다. 단독 브랜드만 취급하는 가두점 위주인 판매망도 면세점·온라인을 비롯해 올리브영처럼 여러 브랜드를 한꺼번에 파는 헬스앤드뷰티 상점으로 진출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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