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조선·해운업황이 부진한데다 국내 1위 해운사인 한진해운이 파산하면서 지난 해 국내 손보사들의 해상보험 수입보험료가 급감했다.
21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수입보험료 기준 국내 해상보험 시장 규모는 6,080억원에 그쳤다. 이는 지난 2015년의 7,091억원과 비교하면 14.3%가 줄어든 수치다.
해상보험은 해운 및 조선업 시황과 직결되는데 지난해 한진해운·현대상선 등 빅2 해운사는 물론 해운업 전반이 세계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사들도 수주 물량 급감 위기에 내몰리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선박 건조시 발생 가능한 사고에 대비하는 선박보험, 운송에 투입되는 선박 자체의 위험에 대비하는 선박보험, 물류 운반 과정에서 발생하는 리스크에 대비하는 적하보험 등 해상보험 관련 물량 자체가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업체별로는 삼성화재의 감소 폭이 38.7%로 가장 컸다. 삼성화재의 연간 해상보험 수입보험료는 2014년만 해도 2,024억원으로 업계 1위였으나 2015년 전년 대비 20% 이상 줄어들면서 현대해상(001450)에 1위를 내줬고 지난해는 수입보험료 규모가 1,000억원대 아래로 내려왔다. 이에 대해 삼성화재 관계자는 “계약 물량이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우량 계약 건이 예년보다 크게 줄어들면서 선별 인수를 했기 때문”이라며 “수입보험료 규모는 줄었지만 수익성은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현대해상 역시 수입보험료 규모 기준 업계 1위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업황 부진의 영향을 피하진 못했다. 현대해상의 주요 고객사인 현대상선이 업황 악화에 직접 노출돼서다. 현대해상의 수입 보험료는 1,768억원으로 전년 대비 5.6% 줄었다. 또 동부화재(-14.6%)와 KB손보(-16.8%)도 두자릿수 감소세를 보이며 수입보험료가 7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다만 전통적으로 해상보험 취급 규모가 크지 않은 롯데손보(8.0%)와 외국계인 AIG손보(1.9%)와 ACE화재(9.2%)만 증가세를 보였다.
해운·조선업황이 개선될 조짐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만큼 올해도 해상보험의 매출부진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의 수주잔액은 여전히 바닥이고 물동량도 아직 해상보험 시장에 영향을 줄 만한 수준의 증가세는 보이지 않고 있다”며 “해상보험 시장 감소세는 올해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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