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현지 시간) 폐막하는 70회 칸영화제는 그 어느 때보다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업체 넷플릭스의 첫 칸영화제 진출작 ‘옥자(감독 봉준호)’는 개막 전부터 ‘핫 이슈’로 떠올랐고, 홍상수 감독의 ‘그 후’ 역시 현지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등 의미 있는 기록들을 남겼다.
비경쟁부문에 진출한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과 ‘악녀’는 110개 국 이상에 수출되는 등 쾌거를 이뤄냈다. 칸영화제의 시상식은 현지시간으로는 28일 저녁 7시 한국시간으로는 오는 29일 오전 2시께 팔레 드 페스티발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다. 이번에 한국 작품이 수상을 하게 되면 이창동 감독의 ‘시(각본상)’ 이후 7년 만으로 칸영화제 수상의 오랜 가뭄을 해갈하게 된다.
우선 우리의 관심사는 경쟁부문에 진출한 ‘옥자’와 ‘그 후’의 수상 여부다. 칸영화제의 수상작 결정은 심사위원 간의 치열한 논의와 공방 속에 결정된다는 것 외에는 심사기준과 과정에 대해서는 공개된 적이 없다. 따라서 영화 공식 상영 후 공개되는 칸 소식지 등 매체의 평점으로 수상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지만, 매체별로 평가가 엇갈려 수상작 예측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일단 영화전문지 스크린인터내셔널이 발행하는 영화제 소식지 ‘스크린 데일리’의 평점을 살펴보면 ‘러브리스(감독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가 평점 3.2점(4점 만점)을 받아 1위에 올랐으며, ‘그 후’는 2.5점을, ‘옥자’는 2.3점을 각각 받았다. 또 스크린인터내셔널과 함께 소식지를 발행하는 양대 매체인 프랑스 영화전문지 ‘르 필름 프랑세즈’에서는 ‘120BPM(감독 로빈 캉필로)’이 2.93점(4점 만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그 후’는 2.1점, ‘옥자’는 2.0점으로 중상위권이다.
시사회 현장에서 ‘옥자’와 ‘그 후’는 모두 4~7분 가량 기립박수를 받는 등 뜨거운 찬사를 받았다. 또 평단과 외신들은 ‘옥자’를 ‘봉준호 장르’로, ‘그 후’는 “판타스틱한 작품”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옥자’는 슈퍼돼지 옥자와 소녀 미자(안서현 분)의 우정을 방해하는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을 재치와 유머로 풍자한 작품이며, ‘그 후’는 유부남 봉완(권해효 분)를 중심으로 봉완의 옛 애인(김새벽 분)과 봉완의 출판사에 처음 출근한 아름(김민희 분), 아름을 남편의 애인으로 착각한 봉완의 아내(조윤희 분)의 이야기를 그린 흑백영화다.
비경쟁부문인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 초청된 ‘불한당’과 ‘악녀’는 110개국 이상에 수출되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불한당’은 개봉 전 예고편과 4분 분량의 프로모션 영상만으로 ‘홍콩 필름 마트’에서 판매를 시작해 프랑스와 일본, 호주 등 전 세계 85개국에 선판매됐다. 이후 칸영화제 필름 마켓을 통해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 판매가 추가돼 총 128개국에 수출됐다. 특히 공식 상영회에 참석한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은 “관객 반응이 놀라울 정도로 뜨거웠다”고 말했을 정도로 ‘불한당’은 칸영화제의 밤을 들썩이게 했다. 관객들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7분 여간 기립박수를 보냈다. 배급사 NEW에 따르면 ‘악녀’ 또한 북미와 남미를 비롯해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오세아니아, 대만, 필리핀 등 세계 115개국 배급사와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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