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분야가 4년 만에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다시 외교부로 이전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면서 통상 분야 관료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전되는 것은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이라 어쩔 수 없다지만 통상 분야에서 불거지는 문제점들이 소속 탓이 아니라 조직의 급이 낮아진 영향이 큰데 이를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부 통상 분야의 한 관계자는 28일 “통상조직에 대한 문제는 외교부에서 산업부로 넘어올 때 장관급에서 차관보급으로 줄여서 넘어온 게 가장 크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논란 등 갑작스럽게 터진 대형 통상 이슈들을 작은 조직으로 나름 잘 대응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아무런 논리 없이 산업부에 있으니 잘못했다는 이야기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다시 서울로 이사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세종에 마련한 주택 등 금전적 손해까지 예상돼 통상 공무원들의 분위기도 뒤숭숭하다”고 덧붙였다.
통상 분야는 지난 1998년 통상산업부에서 외교통상부로, 2013년 외교부에서 산업부로 계속 소속이 바뀌어왔는데 조직의 위상 역시 이때마다 달라졌다. 특히 4년 전 외교부에서 산업부로 통상조직이 이전될 때는 장관급 통상교섭본부를 1급인 차관보가 이끄는 조직으로 위상과 권한을 축소시켰다. 현재 산업부가 이끄는 통상 기능은 차관보 아래 통상정책국과 통상협력국이 담당하고 있다. 과거 장관급 통상교섭본부장이 외교부 장관의 영향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며 전문성을 키울 수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산업부 통상관료들의 불만이 일견 타당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통상 문제의 화살이 산업부로만 날아오면서 산적한 통상 분야의 현안을 챙기는 데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당장 다음달 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DC에서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여기서 한미 FTA 재협상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통상 기능 이전에 대한 불확실성이 통상관료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한·인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개선 협상을 비롯해 진행 중인 양자·다자 간 협상도 적지 않다.
다만 정부 부처 내에서는 산업부의 논리와 반대로 통상조직이 전문성과 형평성을 갖출 수 있도록 외교부로 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한 상황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통상 분야 공무원들은 순환보직제도에 따라 보통 2년 주기로 담당자가 바뀌다 보니 협상 전문가를 양성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또 산업부가 통상을 맡다 보니 농업 분야 등 다른 부분을 아우르지 못하고 산업적 측면에서만 접근한 측면도 있어 통상 분야는 외교부로 넘어가야 다양한 분야의 의견이 공평하게 반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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