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브리티시항공(BA)이 컴퓨터 시스템 장애로 런던 히스로공항과 개트윅공항에서 출발하는 모든 항공편을 취소하며 대혼란을 초래했다. BA의 전산사고는 지난 1년간 이번이 여섯 번째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간) BA는 전산(IT) 시스템 문제로 히스로 및 개트윅공항발 항공편 전편을 취소했다. 항공사 측은 “주요한 IT 문제가 발생했다”며 “원인을 파악 중이며 조속히 운항을 정상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이버테러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날 BA의 수하물 처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수속 데스크 등 모든 업무가 마비되면서 여행객 수천명의 발이 묶였다. BA가 영국과 미국을 오가는 최대 항공사 중 하나인데다 전산사고가 양국의 휴일 첫날에 발생해 피해가 컸다. 29일 영국 ‘뱅크홀리데이’와 미국 ‘메모리얼데이’을 앞두고 영국과 미국인들이 대거 여행길에 오르는 시기에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가디언은 “이날 오전9시 이후 히스로와 개트윅에서 각각 406개와 71개 항공편이 예정돼 있었다”며 “전산사고로 약 1,000개 일정이 연쇄적으로 피해를 당했다”고 전했다.
■1년간 6차례 전산사고 왜
IT직원 수백명 해고 印에 외주
무리한 비용절감이 화 키워
지난해 6월부터 1년간 BA에서 여섯 차례나 전산사고가 이어진 것은 회사의 무리한 구조조정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항공업계의 경쟁 격화로 BA가 비용절감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과정에서 화를 키웠다는 것이다. 영국 최대 노조단체인 GMB는 “지난해 BA가 IT 담당 직원 수백명을 해고하고 담당 업무는 인도 업체에 외주를 줬다”며 “이런 일이 없었다면 거듭되는 전산장애에 따른 피해도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항공사들이 저가항공사(LCC) 등 추격자들을 뿌리치기 위해 새 시스템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체계가 복잡해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해 7월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과 8월 델타항공의 전산사고로 항공편이 대거 취소된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벌어진 사고로 분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항공사들이 업무 편이와 작업 개선 등을 목적으로 새로운 컴퓨터 장비들을 도입하고 있지만 오히려 시스템과 씨름하는 결과만 낳았다”고 분석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