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0일 내각 인사를 단행한 것은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등의 위장전입 논란에 쏠렸던 여론의 집중도를 분산시키겠다는 의도다. 첫 여성 국토교통부 장관 임명, 영남 출신 비문(비문재인)계 발탁 등을 통해 위장전입 논란으로 가려졌지만 탕평과 파격이라는 호평을 받아왔던 문 대통령의 인사 기조를 다시금 부각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날 인사는 청와대가 공직 인선에 대한 위장전입 기준을 밝히며 국민의당의 이 총리 후보자 찬성을 이끌어낸 다음날 이뤄졌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인사 난맥 상황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지난주 목요일 발표하려던 인사였다”며 “국회가 제기했던 이 후보자 등 인사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됐다는 평가를 해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는데다 아직 이 총리 후보자가 국회 인준을 받지 않아 내각 제청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신임 장관 후보자 발표를 통해 서서히 높아지고 있는 문 대통령 인사에 대한 불만 여론을 잠재우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야권은 “문제 있는 장관들 이슈를 덮기 위해서 발표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청와대의 이 같은 전략은 상당 부분 통한 것으로 관측된다. 첫 여성 예결위원장 출신의 김현미 국토부 장관 후보자, 대구와 부산에서 지역주의를 해소한 김부겸 행정자치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시인으로서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문제를 제기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후보자 등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부정적 평가보다 많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의원 출신 장관 후보자의 낙마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청문회 통과 가능성을 염두에 둔 인선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특히 김부겸·김영춘 후보자는 ‘독수리 오형제’로 불리며 한나라당을 탈당했던 인사다. 그만큼 현 한국당·바른정당 의원들과도 친분이 깊다. 김부겸·김영춘 후보자는 지난 2003년 이우재·이부영·안영근 전 의원과 “한나라당 개혁에 실패했다”며 탈당한 뒤 열린우리당 창당에 나선 바 있다.
또 김 해수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 도 문체부 장관 후보자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 등을 역임해 해당 부처의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김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 예결위원장을 거친 바 있어 국토부의 주요 업무 중 하나인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등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다. 단, 바른정당은 “한 번도 해당 상임위를 거치지 않은 인사가 포함됐다”며 김 국토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밝혀 청문회 과정에서 김 후보자에 대한 정책 검증이 주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안정적인 당청 관계를 위해 친문보다는 비문계를 발탁했다는 점도 긍정적인 인사로 평가받고 있다. 도 문체부 장관 후보자를 제외하면 3명의 장관 후보자는 비문으로 분류된다. 김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문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바 있지만 정동영계 등 비문 그룹과 더 가깝다. 또 김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전북 출신이라는 점에서 충북의 도 문체부 장관 후보자, 영남의 김 행자부 장관 후보자, 김 해수부 장관 후보자 등과 함께 지역 균형을 이뤘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