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4기 추가 반입 논란을 두고 신구 정권 간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문재인 정부가 이를 박근혜 정부 외교안보국방 라인의 ‘허위·은폐 보고’로 규정하자 국방부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고 맞섰다.
박광온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대변인은 30일 문재인 대통령의 진상 조사 지시 발표 직후 긴급 브리핑을 통해 “국방부가 25일 업무보고 당시 사드 배치와 관련해 발사대 2기가 배치됐고 그 이상의 내용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수훈 국정기획위 외교안보분과위원장도 “(국방부) 보고에 사드 발사대 2기 등이 미 헬기 편으로 도착했다는 내용만 들어 있었다”며 “4기가 더 들어왔다는 것은 보고 누락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국정기획위가 국방부와 관련 부처들이 문 대통령 몰래 배치를 완료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고 판단하고 청와대 발표를 뒷받침한 것이다. 사실상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 한민구 국방부 장관, 윤병세 외교부 장관 등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을 정조준한 셈이다.
이와 함께 이들을 지원 사격한 관련 부처 인사들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윤 두 장관이 장관직을 유지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인 만큼 이들 부처에 대한 조사는 불가피하다. 더욱이 문 대통령이 이번 일을 국기문란 행위로 규정한 탓에 조사 직후 대대적인 물갈이와 조직 변화도 예상된다.
그러나 국방부와 청와대가 보고 여부를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어 논란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이 새로 임명된 안보실장에게 국방 현안을 보고하면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 사실도 보고했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청와대는 “국방부가 지난 26일 안보실장에 추가 반입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더욱이 국정기획위가 국방부 업무보고 당시 이전부터 제기된 4기 추가 반입 의혹에 대해 질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를 둘러싼 국정기획위와 국방부 간 신경전도 예상된다.
/류호기자 r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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