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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정 "'테너 아리아' 유명한 작품이지만 소프라노 매력에 흠뻑 빠질 걸요"

오페라 '진주조개잡이' 레일라役

女출연자는 레일라役 한 명뿐

다양한 창법에 감정 연기까지

소프라노 진수 보이는 오페라

악바리근성으로 유럽무대 꿰차

"한국무대도 자주 오르고 싶어"





비제의 오페라 ‘진주조개잡이’는 흔히 ‘테너의 오페라’로 불린다. 비제의 대표작인 ‘카르멘’에 비해 국내는 물론 유럽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인데, 작품 자체보다 남자 주인공인 조개잡이 어부 ‘나디르(테너)’와 족장 ‘주르가(바리톤)’가 이중창으로 부르는 ‘성스러운 사원 뒤에서’나 나디르의 아리아 ‘귀에 익은 그대 음성’ 등 남성 아리아가 훨씬 유명한 탓이다 . 타이틀 롤 가운데서도 여자 출연자는 여사제 레일라 역의 소프라노 한 명뿐이다. 이 작품이 남성 배역만 돋보이는 작품으로 오해받는 이유다.

그러나 제8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의 일환으로 국립오페라단이 다음 달 3~4일 서울 서초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2년만에 재연하는 ‘진주조개잡이’는 이 같은 오해를 단번에 풀어준다. 그 중심에는 유럽 무대에서 주로 활동하는 레일라 역의 소프라노 최윤정(41)이 있다. 31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최 씨는 “2년 전 예술의전당 기획으로 제작됐던 ‘마술피리’의 파미나 역 이후 한국 팬들과의 만남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며 “레일라는 한없이 순수하고 순결해 보이지만 정말 용감해야 하는 순간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죽을 수 있는 강인함을 가진 외유내강 캐릭터라 평소 꿈꿔온 배역이었던 탓에 단번에 배역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2015년 국내 초연 당시 ‘진주조개잡이’에서 레일라와 나디르가 사형 선고를 받는 장면


‘진주조개잡이’의 배경은 고대 실론섬(스리랑카). 진주조개를 채취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한 어부 마을의 족장 주르가와 진주조개잡이 나디르가 동시에 사랑하는 여인 레일라는 사제에게 주어진 금기를 깨고 나디르와 사랑을 나눈다. 하지만 브라만교의 고승 누라바드가 이 사실을 적발하면서 이들은 사형 선고를 받게 되고 레일라는 목숨을 걸고 족장 주르가를 설득해 나디르와 함께 도피한다.

최 씨는 캐릭터의 매력에 빠져 레일라 역에 관심을 가졌지만 막상 작품 분석을 시작하고는 다양한 창법과 음역대를 소화해야 하는 배역이라는 사실에 놀랐다고 한다. 최 씨는 “이국적인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반음계적인 선율을 많이 사용했고 오케스트라에 아예 없는 음을 불러야 하는 경우도 많은 탓에 결코 쉬운 배역은 아니다”라면서 “이번 프로덕션에서는 2~3막(총 3막)에서 단 한 번의 퇴장 없이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연기를 이어가야 하는 가혹한 배역”이라고 푸념했다.

흔히 ‘진주조개잡이’의 주요 아리아로 테너 나디르의 아리아를 주로 떠올리지만 ‘지난날 언젠가처럼 어두운 밤에’ 등 레일라의 아리아나 ‘세상에 그가 여기에’ 등 레일라와 나디르의 사랑의 이중창 등 명곡이 많다. “고음역대를 소화하는 테너 아리아가 많아 청아하고 서정적인 음색의 레제로 테너가 주목을 받는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소프라노는 콜로라투라(화려한 꾸밈음)는 물론 청아한 소리부터 어두운 음색까지 넘나드는 노래에 다양한 감정을 표출하는 연기까지 소프라노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소프라노의 오페라’기도 해요.”



최 씨는 국내보다 유럽 무대에서 주목받는 성악가다. 한양대 음대 성악과 졸업 후 밀라노 주세페 베르디 콘서바토리오에 입학한 최 씨는 1년만에 과 수석으로 졸업하고 이탈리아 술모나 마리아 카니글리아 국제 성악콩쿠르에서 1위를 거머쥐었다. 이어 동양인으로는 최초로 파리 국립오페라에 소속된 아틀리에 리릭에 발탁, 바스티유 극장, 가르니에 극장 등 큰 무대에 오르기 시작했다. 프랑스어 한마디 하지 못했던 28살 동양의 소프라노에겐 꿈조차 꾸기 힘든 무대가 이어졌다. 성악가인 남편과 함께 프랑스에 자리 잡은 최 씨는 파리 국립 오페라에서 선보인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에서 에우리디체 역으로 호평을 받았고 내년 앙코르 무대까지 초청받은 상태다.

30일 서울 서초 국립오페라단 연습실에서 리허설 중인 레일라 역의 소프라노 최윤정


“유럽에선 국내 오페라 가수들이 수줍음이 많은 탓에 극적인 연기가 부족하고, 극의 배경에 대한 이해 보다는 성악적 기교에만 집중한다는 오해가 많아요. 저는 워낙 활달한 성격이다 보니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낼 때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동양인 같지 않아서 좋다는 평가를 하더라고요. 극에 지나치게 몰입하다 보면 호흡이 불안정해질 수 있어 적절한 균형이 필요한데 균형감을 저의 큰 장점으로 보고 큰 무대에 불러주시는 것 같아요.”

타고난 재능도 있지만 최 씨의 악바리 근성도 유럽 무대에서의 성공 비결로 꼽힌다. 일례로 캐스팅 제안이 들어올 때 최 씨는 거절하는 법이 없다.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공연이 막바지일 때 3일 후 리허설에 들어가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 역이 갑자기 출연을 못하게 됐는데 이 배역을 해본 적이 있냐고 출연 제의가 왔어요. 물론 없지만 제 대답은 늘 ‘예스(yes)’죠. 그 길로 악보를 사서 집에 달려가 사흘을 연습했고 공연도 성공적으로 마쳤어요.”

이번 공연 직후 독일 잘레에서 열리는 헨델 페스티벌 무대에 오르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한국 무대에 좀 더 자주 오르고 싶은 게 최 씨의 바람이다. “모차르트의 ‘티토왕의 자비’나 헨델의 ‘줄리우스 체자레’가 국내 초연되면 그때 꼭 무대에 오르고 싶어요. 물론 국내 프로덕션으로 유럽 무대까지 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웃음)”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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