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은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모리스 드 블라맹크’전을 개최한다. 서양미술사에서 마티스와 함께 야수파의 주축으로 평가받는 블라맹크는 소용돌이 같은 속도감 있는 필치와 중후한 색채로 입체파가 대두되기 전까지의 유럽 미술계를 주도했다.
블라맹크는 캔버스에 직접 물감을 짜서 칠하는 실험적인 화면 구성을 선보였다. 두꺼운 한 획에 여러 색감이 혼재되어 있다. 캔버스에 발린 물감의 두께도 획의 안쪽과 바깥쪽이 다르다. 이런 그의 방식으로 더욱 선명한 색채와, 거친 붓의 질감이 그대로 캔버스 속에 담겼다. 그의 작품을 사진이 아닌 원화로 보아야 하는 이유다.
블라맹크의 작품에는 눈 덮인 마을과 흘러가는 물이 자주 등장한다. 흙이 섞인 눈길은 그의 붓과 만나 굵은 선으로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갈색과 흰색, 검은색 물감을 붓으로 쓰다듬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선으로 표현한 좁아지는 길을 바라보면 그림 속 지평선 너머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을 받게 된다. 바다 역시 마찬가지다. 짙은 녹색과 흰색이 섞인 선으로 표현한 그의 바다는 석양과 만나 신비감을 배가한다. 불규칙한 듯 불규칙하지 않은 붓질의 방향은 범선을 향해 다가오는 파도를 나타낸다. 반사된 석양을 나타내는 파도 속 주황색은 그림의 백미다.
전시는 블라맹크의 생애를 따라 ‘세잔의 시기-파리 근교’, ‘제1차 세계대전 이후-발 두아즈 그리고 파리 근교’, ‘샤르트르 근교, 노르망디, 브르타뉴’, ‘블라맹크의 유작’의 4개 장으로 구성됐다. 8월20일까지, 입장권은 6,000원~1만3,000원.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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